국제
中틱톡, MS 아닌 오라클에 매각 진행…`알고리즘` 없는 빈껍데기 지적도
입력 2020-09-14 10:09  | 수정 2020-09-21 10:36
오라클과 MS 최근 주가 흐름/ 사진출처=엘리슨 CEO·게이츠 창업자 트위터, 그래픽 출처=구글

동영상 공유 사회연결망(SNS) 앱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9월 15일 데드라인'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상 결별을 선언했다. 바이트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훌륭한 회사'라고 치켜세워온 오라클과 틱톡 매각 독점 협상에 들어갔다. 다만 틱톡 매각의 핵심은 '알고리즘 거래'이며 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라는 미국 국내 정치 이슈와 정보기술(IT)을 둘러싼 미·중 갈등 한 가운데 걸친 핵심 사안인만큼 미국과 중국 정부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MS는 성명으로 내고 "우리는 틱톡 서비스와 관련해 미국 시민의 사생활 보호와 국가 안보, 허위 정보 유포 방지를 위한 명확한 원칙을 바이트댄스 측에 제시했으며 바이트댄스는 우리에게 틱톡 지분 팔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MS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양 측 협상이 파국에 이른 것은 '알고리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알고리즘과 관련해 같은 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바이트댄스가 미국 기업에 틱톡 앱의 알고리즘을 판매하거나 이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차는 팔 수 있지만 엔진은 안 팔겠다는 뜻"이라고 바이트댄스 이사회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바이트댄스는 미국 기업에 틱톡 알고리즘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는 않는 대신 틱톡의 미국 내 기술팀이 새 알고리즘을 별도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리즘은 앱 사용자들의 문자·영상 이용 기록 등 광범위한 사용자 정보를 분석해 '맞춤' 영상·트렌드를 추천하는 틱톡 핵심 기술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틱톡이 미국인들의 사생활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낸다는 이유로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을 명령하자 지난 달 말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 수출 제한을 발표하면서 '틱톡의 알고리즘은 중국 기술을 이용한 중국산이므로 알고리즘을 판매하는 것은 중국의 기술 수출 제한에 해당해 중국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낸 바 있다.

일단 바이트댄스는 틱톡 매각을 두고 오라클과 협상에 들어갔다. 오라클은 바이트댄스에 투자한 미국 자본인 제네럴애틀랜틱·세쿼이어캐피털 등과 손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MS보다는 오라클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달 3일 백악관에서 그는 미국 정부와 MS의 관계를 집주인과 세입자에 빗대어 " 미국 없이 MS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며 MS는 (틱톡 인수시)이른바 '키 머니'(key money·권리금)를 내야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반면 같은 달 18일 애리조나주 유마 유세 현장에서는 "오라클은 아주 훌륭한 기업이며 창업자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오라클을 노골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빌 게이츠 MS창업자는 틱톡 인수를 '독이 든 성배'라면서 비판적인 입장을 표해왔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로서 MS에 이어 틱톡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다만 미·중 기술 갈등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와 오라클 측이 바이트댄스의 '알고리즘 없는 틱톡' 매각 제안을 받아들일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찰스 가스파리노 폭스뉴스 기자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틱톡 거래가 성공하려면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의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방송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트댄스에 대해 틱톡 매각 협상을 오는 15일까지 마무리하고 20일까지 계약을 완료한 후 11월 12일까지 협상과 계약에 따른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지난 달 6일과 14일에 걸쳐 두 차례 낸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명령을 내기 전 이를 예고하면서 "미국은 인수합병(M&A) 국가가 아니다"라면서 "틱톡 문제는 지금까지 봐 온 매각·인수 협상과 다를 것이다. MS든 누구에게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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