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출 러시에…은행 현금흐름도 `비상`
입력 2020-09-13 17:28  | 수정 2020-09-13 20:08
최근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 현금 흐름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동성 지표인 국내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90%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며 80%대 진입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13일 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은행 LCR는 91.5%로 전년 말(106.1%) 대비 14.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LCR도 100%를 밑도는 99.2%였다.
하나은행 LCR도 지난달 말 97.6%로 전년 말(107.1%) 대비 9.5%포인트, 6월 말(103.4%) 대비 5.8%포인트 하락했다. 7월 말 기준 우리은행 LCR는 94.8%로 전년 말(107.2%) 대비 12%포인트 이상 하락했으며, 7월 말 기준 KB국민은행 LCR는 94.7%로 지난해 말(104.6%)보다 9.9%포인트 떨어졌다. 7월 말 기준 NH농협은행 LCR는 101.1%로 100%를 넘지만 전년 말 131.9% 대비 30.8%포인트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LCR는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 자산 비율로, 대표적인 유동성 지표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 충격에 대응하고 실물 경제에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LCR 의무 준수 비율을 내년 3월까지 기존 100%에서 85%로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고유동성 자산에 돈을 묶을 필요 없이 서민 대출을 확대하라는 취지였다.

유동성 지표에 경고등이 켜지자 은행들은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매달려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발행액은 14조5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8000억원 대비 13.8% 늘어났다.
유동성뿐 아니라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수치만 놓고 봤을 때 은행권 부실 징후는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전달보다 0.3%포인트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0.36%로 낮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자 상환 유예 조치 이후 부실 규모를 실시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무자 현금 흐름이 크게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부실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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