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에 대형산불까지 "종말 같다"…`캘리포니아 드림`은 옛말
입력 2020-09-13 13:20  | 수정 2020-09-20 14:06

"많은 이들에게 '캘리포니아 드림'은 '캘리포니아 타협안(California Compromise)'이 돼버렸다. 급변하는 기후,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 경제, 높은 세금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점점 더 정당화하기 어려운 곳이 됐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캘리포니아가 최근 몇 년간 대형 산불과 가뭄, 지진, 코로나19 사태 등 자연악재를 비롯해 물가 상승 같은 요인까지 겹쳐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때 살기좋은 곳으로 소문난 지역이었지만 온갖 악조건들을 ‘합리화시키면서까지 살아야만 하는 동네가 됐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캘리포니아가 '종말(apocalyptic)처럼 변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초대형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17명에 달한다. 오리건주에서만 1만 에이커(4046㎢)에 해당하는 지역이 전소됐으며 주내 인구 10% 가량이 대피구역으로 이동했다고 CNBC는 설명했다. 아직까지 실종자들이 많아 인명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는 이날 기준 서부 지역에서 100여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날이 갈수록 상승하는 캘리포니아의 물가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WP는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 부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정부정책과 민간기업이 쌓아 올린 세계 5위 경제"라면서도 "나머지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세금, 집세, 식비로 써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UC버클리대학교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캘리포니아 유권자가 '비싼 주거비용과 높은 과세율, 정치문화 등의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조금이라도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캘리포니아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소규모 지진까지 포함할 경우 하루에 100회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세련된 도심과 목가적인 해안가 환경을 지닌 캘리포니아에 이끌려 '평생 고향'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이 곳의 '생존능력 (viability)'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다른 주로 이사간 인구가 주내 유입 인구가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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