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축근무 VS 실업급여, 코로나에 일자리 명암 갈린 美·EU
입력 2020-09-13 12:55  | 수정 2020-09-20 13:36

】【↑지역별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정책의 차이가 큰 실업률 격차를 낳았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13일 한국은행은 실업률이 급등한 미국과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유럽을 비교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의 실업대책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반면 미국은 실업률이 사상 최악 수준까지 급등한 반면, 유럽은 상대적으로 실업 충격은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업률이 급등한 지난 4월, 미국은 실업률이 14.7%까지 치솟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지표를 나타냈다. 반면 4월 유럽연합(EU)의 실업률은 6.6%로 집계돼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한은은 두 지역의 실업률 격차가 실업을 용인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쓸지, 가급적 실업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정책을 쓸지의 차이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노동유연성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기에 미국은 경제위기에 따른 해고와 실업을 허용하되, 실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기존 26주의 실업급여 지원 기간을 39주로 확대하고, 코로나19 긴급지원과 구제 및 경제안보를 위한 법(CARES act)을 통해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급여를 지원했다.

미국이 실업을 허용하고, 실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펴는 동안 유럽은 실업을 가능한 한 지연시키는 정책을 폈다. 예를 들어, EU의 많은 국가가 단축근로를 도입했으며, 독일은 단축근로수당에 대한 고용주의 사회보험료 부담액을 경감하는 방식으로 고용주의 부담을 줄였다. 프랑스는 정부보조금 산정 기준을 기존 정액제에서 임금의 100%까지 확대했다. 7유로 내외의 기존 보조금이 최저임금인 10.15유로에도 미치지 못해 고용주에 부담이 과중하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은은 두 지역의 대응은 각각 다른 장단점이 있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유럽의 정책은 당장 실업률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향후 재고용을 위한 비용도 저렴하며 소득보전, 소비심리 악화 방지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해고를 줄이기 때문에 향후 새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한 면접 등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유지되는 만큼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반면 미국식 제도는 실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지원하기 때문에 취약계층 보호에 더 효과적이며, 경제위기가 지나간 뒤 인적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실업급여는 소득이 낮을수록 기존소득대비 높은 비율로 지급하는 데 반해 독일 단축근로는 일정 비율(60~87%)로 지급하는 차이도 있다.
EU가 도입한 단축근로는 단기적으로는 고용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회복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격이 길어지면 결국 실업 증가를 막을 수 없으며, 경제위기 때 유지한 고용이 부담으로 작용해 위기가 지난 뒤 회복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올해 보고서에서 "유럽 5개국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운수창고업,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업종은 경기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 900만명의 추가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정책 차이가 발생한 것은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전통적으로 유럽은 고용 안정성을, 미국은 노동시장 효율성을 우선시해온 차이가 위기 때도 드러난 것"이라며 "팬데믹을 계기로 이러한 관행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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