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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연의 개취띵곡선2]이날치 `범 내려온다`
입력 2020-09-13 07:4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코로나19 시대 장기화된 '집콕'에 몸도 마음도 지친 모든 이를 위해 자신있게 곡 하나 소개하려 한다. 7인조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 1집 '수궁가'의 타이틀곡 '범 내려온다'. 단언컨대 2020년 현 시점 가장 '힙'한 판소리다.
'범 내려온다'는 용왕님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빼오라는 특명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육지에 도달한 별주부(자라)가 토끼를 "토생원"이라 부른다는 게 그만 턱에 힘이 빠져 "호생원~"이라 부르자 범(호랑이)가 나타나 별주부를 덮치는, 수궁가 속 한 장면을 담은 곡이다.
고전 중의 고전, 판소리가 시대의 옷을 제대로 입으니 이보다 더 세련될 수 없다. 보컬들의 구수하고 청명한 '소리'는 국악기 아닌 현대악기의 리듬과 반주를 경쾌하게 넘나들며 21세기에도 판소리가 통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날치가 선보이는 음악을 특정 장르로 칭하긴 어렵다. 베이스 2인(장영규 정중엽)에 드럼(이철희)과 판소리 보컬 4인(권송희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으로 구성된 독특한 전열만큼이나 음악 자체도 독특하다. 얼터너티브 록, 포스트 록, 뉴웨이브, 포스트 펑크 등 다채로운 장르가 혼재돼 '이날치 팝'을 완성한다.

판소리 보컬이 전면에 세워진만큼 국악의 변형인 듯 하지만 단순히 '국악의 세계화'라는 표현으로는 도통 설명이 되지 않는 독보적인 마력이 있다. 여기에 뮤직비디오에서 맹활약을 해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이날치 음악을 '보고' 즐기는 재미를 더한다. 덕분에,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1일1깡' 아닌 '1일1범' 중이라고.
특정 가수의 특정 무대를 접했을 때의 느낌이야 당연히 각양각색이겠으나, 유튜브에서 처음 이날치의 퍼포먼스를 접했을 땐 '전율'을 느꼈다. (지금은 해체한) 민요 록 밴드 씽씽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듯 다른 감동인데, 개인적으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에 몸이 더 반응한다.
혹시 아직 이날치를 모르는 누군가 이 글을 접하고 음악을 찾아 듣는다면, 애써 팔짱 꽉 끼고 들으려 해도 이내 고개가 까딱거리거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제대로 분위기 타면 앰비규어스 댄스팀의 춤사위에 동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어깨춤이 들썩여지는 걸 넘어선 무아지경. 이것이 이날치 음악의 매력이다.
*[박세연의 개취띵곡선]은 박세연 기자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소개하는 명곡 소개 코너입니다. 기자 개인의 주관이 포함된 선곡이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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