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는야 크리에이터" 유튜브 찍는 직원들 늘어나자 기업, 공직사회 고민 깊어져
입력 2020-09-12 07:00  | 수정 2020-09-12 19:01

"왜 다른 동료들 신경 쓰이게 회사 사무실에서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걱정됩니다."
최근 개인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기업과 공직 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 유튜브에선 직장 내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는 직장인, 공무원 유튜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업무 시간임에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거래처와 통화를 하는 내용도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회사의 비밀 등을 외부로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사내 규정상 겸업 금지 조항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인사혁신처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국가공무원은 63개, 지방공무원은 75개, 사립학교를 포함한 교원은 1248개의 인터넷 개인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공무원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지침'을 만들어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예규에 반영했다.
지침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취미, 자기계발 등 사생활 영역의 개인방송 활동은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직무 관련 여부를 떠나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품위유지, 직무상 비밀누설 금지, 정치운동 금지 등 의무는 준수해야 한다. 또 공무원이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유튜브 구독자 1000명 이상 등 일정 수익 창출 요건을 충족한다면 소속기관장에게 겸직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사무실 안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걸 막고 있진 않다"면서도 "직무상 비밀 유출 등 규정 위반 사항이 없는지는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이 많은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 중인 게 드러나자 일부 학부모들은 "유튜브를 하는 건 개인 자유이지만 자칫 교사 본업에 소홀할까봐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브이로그 동영상을 찍는다면 아이들과 수업 중인 상황일텐데 영상에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다"고 걱정스런 반응을 보였다.
기업들도 고심이다. 보통 대기업들은 사내에서 자체 보안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각 직원들이 회사 내부에서 회사의 승인 없이 카메라를 통해 영상 촬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업 자체 보안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에선 직원들의 개인 방송 촬영을 제재할만한 마땅한 규정조차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 내부에선 별도로 유튜브 등 개인 방송 관련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대체로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본업 외 개인 방송 등 다른 분야에 집중하는 걸 반기진 않는 분위기다. 특히 업무 중 촬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사내 취업규칙 등을 통해 '회사의 허가 없이 회사 업무 이외에 타 직무를 겸하거나 영리 사업에 종사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규정도 두고 있다. 때문에 직원들의 개인 방송 병행이 이러한 사내 규정 위반 사항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대기업 직원은 "회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이익이 발생한다면 회사가 통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직장인은 "회사 기밀 유출이 없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가 막을 근거가 없다"고 말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회사에 속한 직장인의 개인 방송 병행은 근로계약서상 '신의 성실의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명기 서울종합법무법인 변호사는 "겸업이 '근로시간 내' 근로에 영향을 주었다고 명백하게 입증이 되는 경우 근로계약상의 의무 위반이 성립하므로 회사가 해고, 징계를 할 수 있다"면서도 "겸업으로 인하여 성실한 근로에 이르지 못하게 됐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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