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화그룹 `손보` 매각하나…계열사 지분 사전정리 나서
입력 2020-09-11 23:00 
한화손해보험이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지분 전량을 그룹 계열사에 매각했다. 한화그룹이 한화손보 매각을 위해 사전 지분 정리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한화손보는 11일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인 캐롯손해보험 지분 51.6% 전량을 한화자산운용에 542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캐롯손보는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로, 한화손보와 함께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 등이 합작 형태로 참여했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적자에 따른 연결손익 악화를 피하고 추가 자금 투입 부담을 덜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200% 밑으로 떨어진 한화손보는 금융감독당국 관리하에 경영개선계획을 이행 중이다. 지난해 연간 손실 규모도 690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 매각을 통해 손익 구조를 개선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캐롯손보를 남기고 한화손보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현재 손익 구조 개선과 바뀌는 회계기준인 IFRS17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증자가 필요한데 그룹 차원에서 충분한 재원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화손보 대주주는 51% 지분을 가진 한화생명인데, 생명 또한 저금리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손보사의 경우 금융지주사나 사모펀드 등에 인기 있는 매물로 꼽힌다. 지난해 매각된 롯데손보는 사모펀드인 JKL이 인수했고, 올해 매물로 나온 더케이손보는 하나금융 품에 안겼다. 한화그룹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매물로 내놓아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여기에 빅테크들이 속속 보험업계에 진출하는 가운데 손보업계가 빅4 구도로 고착화되고 있어 중소형 업체인 한화손보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화그룹으로서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캐롯손보를 일찌감치 타 계열사로 돌려놓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대주주인 한화생명은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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