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화·GM 투자받은 니콜라 또 사기 의혹…美리서치업체 "희대의 사기극"
입력 2020-09-11 16:20  | 수정 2020-09-12 16:37
니콜라 수소 트럭을 바라보는 밀턴 트레버 니콜라 CEO [사진 제공 = 트레버 CEO 트위터]

'제 2의 테슬라'를 표방한 수소트럭제조업체 니콜라가 잇단 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주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표 자동차업체' 제네럴모터스(GM)가 니콜라에 투자했다는 긍정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의혹이 나오면서 앞서 한화그룹을 따라 줄줄이 니콜라에 투자했던 '서학 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0일(현지시간) 금융시장분석업체 힌덴버그리서치는 '니콜라는 거짓의 바다에서 어떻게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협상을 이끌어냈나'는 제목의 폭로 보고서를 내고 트레버 밀턴 최고경영자(CEO) 겸 창업자가 이끄는 니콜라는 실체가 없는 기업이며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이 제기했던 의혹과 같은 맥락에 있다는 점에서 니콜라에 대한 의혹은 더 짙어지는 모양새다.
힌덴버그는 우선 니콜라가 1호 생산 모델로 제시한 수소 세미 트럭 '니콜라원(1)' 홍보 영상이 조작된 가짜라고 지적했다. 니콜라에 근무했던 전 직원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니콜라1트럭 운행 홍보 영상은 트럭을 언덕 위로 견인한 후 경사진 밑으로 밀어트려 굴러가는 것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니콜라는 한 배터리 회사를 인수하기로 하고 지난 해 10월 '배터리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수 개월 전 해당 배터리 업체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이고 사기친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상태였다. 니콜라와의 인수 작업도 중단됐다.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결코 배터리 사업을 착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트레버 CEO가 계속해서 관련 기술을 과대 광고했고, 니콜라는 지금도 아무런 혁명적인 기술 없이 GM 배터리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한때 니콜라와 손잡았던 유명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 자회사 '파워셀AB'의 대변인은 니콜라의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은 '허풍'(hot air)이라고 언급했다.
수소차를 만들어 팔겠다는 니콜라 사업 모델에서 수소 연료 가격을 낮추는 것은 사업 핵심이다. 트레버 CEO는 이와 관련해 다른 업체들보다 81%싼 가격으로 수소 연료를 만들수 있으며 이미 생산 중이라고 밝혀왔다. 힌덴버그는 트레버 CEO가 나중에 결국 자신이 말한 가격에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고속도로 건설 경험 정도만 있는 자신의 형제를 수소 연료 생산/인프라스트럭처 담당 이사로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에너지 사업과 트럭 생산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니콜라는 본사 지붕에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는 전지판(패널)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항공 사진과 다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패널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트레버 CEO는 지난 9월 팟캐스트에서 유럽 시장 공략용 트럭 '트레'를 언급하면서 "독일 울름 지역에 조립 라인을 두고 생산할 것이며 5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생산 협력을 하기로 한 보쉬 대변인에 따르면 이달까지 어떤 트럭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힌덴버그 측의 폭로에 대해 10일 트레버 CEO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의혹에)답할 수 있으며 우리는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고 같은 날 GM은 "우리는 협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반응을 냈다.
니콜라는 한화그룹과 GM가 니콜라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연달아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0일 GM은 "우리는 협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반응을 냈지만 정작 기존 핵심 투자자들은 지분을 전부 내다 팔았다. 미국 금속제조업체 워싱턴과 자동차·건축 제조기업 보쉬, 실리콘밸리 투자사 벨류엑트는 보유했던 니콜라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특히 워싱턴은 지난 7월들어 이틀에 걸쳐 총 2억 3700만 달러어치, 8월들어 2억5000만 달러어치를 순차적으로 매도했다.
힌덴버그는 "우리는 녹음된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개인 이메일, 비하인드 사진, 전직 직원들의 언급을 포함한 광범위한 증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니콜라가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결론지었다"면서 "무엇보다 뉴욕증시 상장 기업 중에서 이런 규모의 속임수를 낸 기업은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월 17일 블룸버그 통신은 "니콜라가 지난 2016년 12월, 니콜라1 첫 소개 행사에서 수소 전지도 없는 니콜라 원 트럭 외관에 '온실가스 배출 제로 수소 연료 차량'이라고 새겨 과장 광고를 했다"면서 "당시 해당 트럭에는 트럭임에도 불구하고 기어도, 모터도 없었다"고 익명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폭로하면서 해당 사건이 비록 3년 반 전의 일이지만 현재로서도 의혹이 여전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당시 트레버 CEO는 블룸버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며 반발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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