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질랜드 성희롱 사건` 가해자 부하가 인사위에?
입력 2020-09-11 15:05  | 수정 2020-09-18 15:07

한국 외교관의 주뉴질랜드대사관 현지인 직원 성희롱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이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통해 상세히 드러났다.
인권위는 외교부의 사건 처리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고, A 외교관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주장을 전부 수용하지는 않았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권위 결정문에 진정인(피해자)은 A 외교관이 2017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엉덩이, 허리 벨트와 배, 성기를 만졌고, 대사관에 이를 알린 뒤인 2017년 12월 21일에도 가슴을 더듬어 2차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정인은 이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았지만 대사관이 분리조치, 휴가처리, 의료비용 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며 개선과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며 7만781 뉴질랜드 달러(약 5500만원) 상당의 의료비 확인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A 외교관은 대사관 근무 당시 진정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1차 성추행을 사과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 대사관 조사에서 신체접촉을 인정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에서 A 외교관 "서로의 관계 회복을 위해 미안하다고 한 것이지 성추행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며 "성추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누명을 쓴 자체로 고통을 느껴야 했고, 가족도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A 외교관이 대사관에 제출한 소명서 등을 근거로 신체접촉을 성희롱으로 인정했지만, 성기 접촉에 대해서는 인정할만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으며, 외교부의 성희롱 사건 처리의 절차상 문제 인정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2017년 12월 21일 A 외교관이 필리핀으로 전출될 때까지 2개월간 진정인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하고 A 외교관에게도 강제 휴가명령을 내렸다.
다만 인권위는 진정인이 복귀한 직후인 2018년 1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진정인과 A 외교관이 같이 근무하는 등 충분한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대사관이 A 외교관을 상급자로 둔 공관원들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A 외교관을 경고 조치한 것에 대해 "결과와 상관없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성희롱 피해자인 진정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A 외교관이 진정인에게 1200만원을 지급하고,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 성희롱 발생 시 조사 및 구제에 대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디지털뉴스국 news@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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