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폴 크루그먼 "트럼프, 기업CEO였다면 줄소송"
입력 2020-09-11 14:41  | 수정 2020-09-18 15:07

"확실히 해두자.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일을 일반 시민이 저질렀다면 크나큰 법적 문제에 처할 것이다. 작업장이 위험한 것을 알고도 거짓말을 하고,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당할 줄소송을 생각해보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가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코로나19 대응논란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리 공개된 신간 '격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대중에게 알리지 않고 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해서 진실을 말했다고 해도, 화재가 난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라며 "겁에 질린 사람들은 오히려 최대한 집에 머무르고, 군중을 피하고, 손을 씻었을 것이다. 실제로 뉴욕 시민들이 '패닉'에 빠졌을 때도 코로나19 감염률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 같은 존재"라며 "국민들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이 커지자 코로나19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결정이 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는 "취임식 당시 '미국 대학살(American carnage)'을 언급하고 국민에 대한 공포를 심어온 대통령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을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패닉'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할까 두려워했다고 전하며 "결국 다우지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11일(한국시간) 기준 각각 650만명, 19만명을 넘어섰다. 트럼프 정부가 경제 재개를 서두른 지난 6월 이후 감염자가 다시한번 급증하며 2차 확산위기를 겪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명백한 법규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비교하며 "몰랐던 게 아니었다. 그는 코로나19가 치명적이고 공기중 전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내 행사를 주최했고, 예방수칙을 무시했으며 경제활동 재개를 압박했다"며 "대통령이 무능했던게 아니라, 범죄수준에 이를정도로 비도덕적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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