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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강지환, 상고 진짜 이유는…[MK이슈]
입력 2020-09-09 17:56  | 수정 2020-09-09 17:5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 43)은 성폭행 사건으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최근 다시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이라는 충격적인 혐의에 유죄 판결이 내려지며 많은 이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가운데서도 그는 상고했고, 누리꾼은 "반성한다면서 상고하다니 앞뒤가 안 맞는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성범죄 '혐의'만으로도 사실상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세상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지만 강지환은 3심까지 가는 선택을 했다. 비난의 포화 속에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아니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DNA는 검출됐지만 정액 반응은 없었다
강지환은 지난 6월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강지환 측 주장은 '준강제추행 피해자의 경우 사건 당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몸에서 준강간의 증거가 될만한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지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산우 심재운 변호사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피해자 A씨에게서는 강지환의 정액이나 쿠퍼액이 발견되지 않았다. B씨의 경우 속옷 속의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DNA가 발견됐는데, 정작 속옷에서는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강지환의 손에서는 상대방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 변호사에 따르면 강지환은 사건 당일인 지난해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소재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스태프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당일 자택 내부 CCTV에는 강지환과 A, B씨가 테이블에 앉아 술자리를 즐기는 모습과 함께, 강지환이 과도한 음주로 정신을 잃자 두 사람이 강지환을 부축해 방으로 옮기는 모습도 담겨 있다. 강지환을 방으로 옮긴 뒤 자택 내부에서 가벼운 상의와 짧은 하의를 입은 채 집을 구경하고 있는 A, B씨의 모습도 포착된다.
강지환의 집 내부에서 여러 시설을 이용한 만큼 강지환의 DNA가 A, B씨에게서 묻어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지환 측은 이들이 사건 당일 수 시간 동안 강지환의 집에 머무르고 샤워를 하며 강지환이 제공한 의류와 그의 침구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DNA가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거불능 NO 감금 NO…진술은 바뀌었다
최초 사건 보도 당시 피해자들은 강지환의 집에 감금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지환의 집이 외진 곳이라 휴대전화도 불통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강지환 집에 감금돼 있지 않았고, 강지환이 정신을 잃고 방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그들끼리 자택 곳곳을 구경하고 실내수영장 등 시설을 즐긴 사실이 드러났다.
전화가 잘 터지지 않았다는 주장과 달리, 피해자들이 사건 발생 전 그리고 사건 발생 추정 시각 지인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도 드러났다. 특히 사건 발생 추정 시각에는 지인의 카톡에 단답형의 답변을 보냈다. 이에 대해 심 변호사는 "해당 메시지는 무의식 중 보낼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으나 재판부가 지나치게 확장해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심 변호사는 "강지환 자택에서 전화가 불통이었다는 피해자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통화도 잘 되고 카톡도 잘 터진다. 피해자들은 강지환의 집에 감금돼 있다고 주장했는데, 여름이라는 계절적 상황을 감안했을 때 콜택시를 부르면 충분히 올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감금 주장을 반박했다.
경·검찰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조금씩 바뀐 점도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대목. 경찰 조사에서 B씨는 "누가 음부를 만지는 느낌이었다. 아파서 (잠에서) 깼다", "강지환이 뒤에서 백허그를 하는 자세로 누워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심 재판 비공개 심문 때는 음부를 엉덩이로 바꾸고, "강지환이 몸 쪽으로 치대는 느낌이 들어 깼다. 몸으로 몸을 미는 느낌이었다"고 다르게 진술했다.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가능하나 1,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강지환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심 변호사는 "성범죄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진술에 모순점이 있다. 만져지는 부위도, 추행 방법에 대한 진술도 달라졌다"며 "불명확한 진술임에도 포괄적으로 판단해 유죄의 근거로 봤다"고 아쉬워했다.
강지환이 상고한 이유는 단 하나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싶다는 것. 그렇다면 상고 과정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 파일이 공개된 이유는 무엇일까.
◆반전 카드 아닌, 벼랑 끝 처음이자 마지막 호소
'강지환 사건'은 그간 피해자 측 입장 및 주장으로 알려졌을 뿐, 강지환 측 주장은 3심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3심은 법정 다툼 없이 강지환 측이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재판부가 검토한 뒤 판결이 내려진다.
3심을 앞두고 강지환 측이 사건 파일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론전'으로 사건 반전을 꾀하려 함이 아닌, 지난 1년간 '성폭행범'으로 낙인 찍힌 강지환이 비록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상황이 이러했다는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알리고 세간의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어서다.
심 변호사는 "최초 체포 과정부터 경찰 조사 내용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실제 팩트와 다른 내용도 보도됐으나 강지환이 구속 상태였다 보니 이를 바로잡을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사과문을 발표한 데 대해서는 "강지환이 기억에 없는 일이라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피해자들이 피해를 주장하고,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 '오빠로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기억에도 없는 일에 대해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을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비춰지는 상황이 된 데 대해서는 "최근 판결 분위기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지탄 받는 분위기"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실제로 강지환은 당시 필름이 끊길 정도의 만취 상태라 사건 정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혐의를 직접적,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CCTV 역시 2층 전경 및 복도만을 비추고 있어 잠에서 깨어나 체포되기 전까지 강지환의 동선은 파악할 길이 없다. 하지만 사건 전, 후의 여러 정황은 '준강간 유죄' 선고에 물음표를 제기하게 한다는 게 강지환 측 주장이다.
심 변호사는 "1, 2심 재판부가 현장 증거보다 피해자 진술에 무게를 두고 판결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진술은 번복돼 신빙성이 떨어지고 증거는 혐의를 입증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만큼, 3심에서 보다 법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하며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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