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전청약 `10년 희망고문`·서울분양은 `바늘구멍`…3040 또 허탈
입력 2020-09-09 17:48  | 수정 2020-09-09 22:58
내년 말께 사전청약이 실시될 예정인 3기 신도시 하남교산지구 전경. [김재훈 기자]
# 서울 강남에 직장이 있는 30대 A씨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관심이 많아 지난달 '청약일정 알리미 서비스'도 신청했다. 하지만 8일 정부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추진계획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가장 관심이 있던 용산 정비창은 입주하는 데 최소 7년은 걸릴 예정인 데다 서울 입지인 태릉CC, 캠프킴 등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추첨제인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노려보려 해도 서울 신규 아파트 청약이 전무한 상황이다. 차라리 이달까지 서울 외곽에서 구축 아파트를 사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라도 피해볼까, 아니면 경기도 청약을 노릴까 고민에 빠졌다.
지난 8일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발표했지만 청약시기가 불확실한 데다 알짜 입지로 관심이 높았던 태릉CC나 과천청사 등이 빠지자 30대 실수요자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은 씨가 마르고 있어 분양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의 미래'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의 내용은 2008년 하남 감일지구 보금자리주택에 사전청약을 도입했을 때처럼 결국 3기 신도시도 30대 사전청약 당첨, 40대 입주, 50대에 전매제한이 종료돼 주택을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요지다. 그만큼 3기 신도시 사업이 신속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반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본격화하면서 실제 서울 지역의 주택공급 절벽은 현실화하고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252가구로 지난해 1995가구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1일 청약접수한 양천구 '신목동파라곤'(평균 147대1)에서 청약통장 만점(84점)자가 나왔다. 청약가점 만점은 부양가족 6명 이상, 무주택 15년, 청약통장 가입 15년 등 매우 드문 점수지만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만점 청약 당첨자가 나왔다. 20·30대 젊은 층은 60점을 넘기기 어렵다.
올해 안으로 예정된 서울 아파트 청약은 민간분양 1곳, 공공분양 2곳에 불과하다. 30대 실수요자를 위해 도입한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올해 서울에서 거의 보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민영주택에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도입해 공공택지에서는 15%를, 민간택지에선 7%를 생애최초 물량으로 배정했지만, 정작 서울 분양 자체가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민간분양은 오는 10월 예정된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의 '힐스테이트 고덕' 한 곳으로 집계됐다. 이 단지에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처음 배정될 예정이다. 분양 관계자는 "이 단지는 공공택지 민간분양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며 "일반분양 445가구 가운데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특별공급 물량도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와 둔촌주공 재건축의 연내 분양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두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를 받아들여 연내 분양할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후분양을 할지 아직 미정이다. 오는 11월 서울 강남·판교 출퇴근이 가능한 위례신도시에서 마지막 공공분양 2곳이 나온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위례택지지구 A1-5, A1-12블록이 분양을 한다. 실수요자라면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분양을 노려볼 만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불 보듯하다. 지난 6월 SH공사가 공공분양한 고덕강일 8·14단지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각각 100대1을 넘었다.
실수요자들 시선이 수도권 분양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청약 경쟁률이 서울 못지않아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실제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올 들어 청약 경쟁률 상위를 차지한 10곳 중 절반이 넘는 6개 단지가 인천, 경기 지역의 수도권 분양단지다. 이들 6개 단지는 평균 162대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분양시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분양단지 4곳은 평균 2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경기도 민간분양은 수원 영통구, 남양주 별내동, 고양 덕양구, 하남 감일동 등 인기지역에서 나올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대우건설이 과천지식정보타운에 동시 분양하는 3개 단지가 민간분양으로 나올 예정이다. 인기가 높은 지역이 많아 경기도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나마 서울보다는 경기도로 눈을 돌리는 것이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근교일수록 청약 경쟁이 치열하니 경기도 청약 역시 쉽지 않다"며 "결국 분양에서 해결되지 못한 수요는 매매시장에서 매물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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