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싸구려 커피`같은 흔한 사물과 일상을 썼죠"…에세이 작가로 선 음악인 장기하
입력 2020-09-09 15:21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산문 `상관 없는 거 아닌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가수 장기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문학동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시쳇말이 그의 오선지 위에선 작품이 된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도, 그 위에 얹는 짭짤한 오징어 젓갈도, 사정이 궁박할 때 즐기는 싸구려 자판기 커피도 음악인 장기하에겐 영감의 원천이다.
장기하의 펜촉이 이번엔 원고지를 향했다. 그의 첫 산문집 '상관 없는 거 아닌가?'가 오는 10일 출간된다. 톡톡 튀는 필력으로 사소한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가 쓴 산문은 어떤 모습일까.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내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기엔 명확한 한계를 느꼈고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쓰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책 제목부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장기하는 "책을 잘 못 읽는데, 책을 좋아한다고"면서 "꼭 책을 잘 읽어야만 좋아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상관 없는 거 아닌가'로 제목 지었다"고 말했다. 장기하는 1907년 개업한 국내 최고(最古) 서점인 종로서적 장하구 대표 손자기도 하다. 그는 "할아버지가 서점을 운영하셨는데, 나는 왜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들이, 사실은 인생에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가 다시 진지해졌다.
소소한 것에 천착하는 정체성은 '작가' 타이틀을 달고서도 이어진다. 책은 크게 낮과 밤이라는 두 파트로 나뉜다. 1부인 낮에는 작은 사물· 일상의 사건, 그 모든 작은 것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피우고, 2부인 밤에는 창작활동의 어려움과 삶의 난관 같은 묵직한 소재로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 장기하는 "현학적, 추상적, 형이상학적 이런 얘기들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것들"이라면서 "만만한 거, 내가 잘 아는 것에 집중해 보니, 결국 흔한 사물이나 일상에 대해 쓰게 됐다"고 했다.
더 큰 생각은 더 큰 배경을 요구한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후 그는 한달 반 정도를 독일 베를린에서 살았다. 장기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게 되면서 책을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밴드음악만 해 온 내게 새로운 도전을 추동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한달이었다"고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여행에서 새로운 통찰을 길어 올린다. 장기하는 "그렇게 하찮은 소재로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늘 놀랍다"고 했다.
음악인으로서 성공에도 그는 자신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했다. 10명의 성공에는 10가지 이유가 있으며, 절대적인 성공 방정식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똑같은 길처럼 보여도 모두 조금씩 다른 삶을 살아가죠. 우리 각자에게 또 걸맞는 길이 있을테고요. 어딘가에 정해진 정답이 있을 거다라는 착각을 안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는 '세상에 답은 없다'는 정답을 찾은 듯 보였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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