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살던 집 경매 넘어갈 위기 처한 채무자…금융사에 "빚 깎아달라" 요청 가능
입력 2020-09-09 15:06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게 되면 채무자가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금융회사는 요청을 받으면 추심절차를 중지하고 10 영업일 내 채무조정안을 제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채무자에 채무조정 심사결과를 알려주기 전까지는 경매 진행은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영상으로 진행된 9차 개인 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확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소비자신용법(대부업법 전부개정·제명변경)은 현행 대부계약을 규율하는 대부업법을 개선하고, 연체 발생 이후의 추심·채무조정 등과 관련한 규율을 신설해 추가한 것이다. 추심을 규율하는 신용정보법 규율도 소비자신용법에 일부 이관됐다.
소비자신용법은 개인채권의 생성부터 소멸까지를 전반적으로 규율하는데, 개인채권은 원칙적으로 채권금융기관(일반은행, 대부업자, 추심자 등 모두 포함)이 사업 과정에서 개인채무자에 대해 보유하는 모든 채권을 말한다.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은 채권자·추심자의 채무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고 채무자의 방어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에 따르면 우선 채무자에 채무조정 요청권이 부여된다. 채무상환을 연체한 채무자는 소득이나 재산 현황 등 상환이 어려운 사정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 채권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채무자로부터 채무조정 요청을 받으면 추심절차를 중지하고 내부 기준에 따라 10영업일 내 채무조정안을 제안해야 한다.
채무조정요청권의 '특별절차'도 있다. 채권금융회사가 개인 연체채권에 대한 기한이익상실·양도절차를 진행할 때에도 채무자와 금융회사간 채무조정 협상이 의무화된다. 금융회사가 채무조정 요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한이익 상실·양도 예정일로부터 10영업일 이전까지 통지해야 하는 것이다. 채무자가 채무조정요청을 하게 되면 금융회사가 심사결과를 채무자에게 알려주기 전까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이같은 채무조정요청권은 1가구 1주택 주택담보대출 채무자에게도 적용된다. 채무자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금융회사가 경매절차로 넘기려면, 경매신청 예정일의 10영업일 전까지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채무자에 전달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가 10억원 이하 실거주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적용하는 것을 검토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개인 채무자의 부족한 전문성과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해 채무조정교섭업도 신설한다. 교섭업자들은 채무조정요청서 작성과 제출 대행, 채무조정 조건의 협의 대행 등을 통해 채무자를 돕게 된다.
채무자에게 추가 피해나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교섭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 상한은 100만원으로 규정됐다. 채무교섭업자는 채권금융회사로부터도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채무자로부터 받는 금액보다는 적은 금액이어야 한다. 채무자의 편에 서서 협상을 교섭하라는 취지다. 채권금융사의 채무자 보호책임도 강화된다. 은행 등 원채권금융회사가 수탁·매입추심업자를 선정할 때에는 추심업자의 채무자에 대한 처우, 위법·민원 이력 등을 평가해야 한다. 수탁·매입추심업자가 법을 위반한 경우 원채권금융기관도 해당 추심업자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추심회사가 적법하게 추심 행위를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의무가 금융회사에 부과되는 셈이다. 채권자와 추심자가 이러한 규율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들도 마련됐다. 채무자가 과도한 추심을 당하면 손해액 입증을 하지 않아도 법원이 제반사항을 고려해 300만원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정 손해배상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법안에는 채무 금액 누적과 추심 강도를 제한해 채무자의 심리적 고통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우선 채권추심자는 동일한 채권의 추심을 위해 채무자에게 1주일에 7회를 넘는 추심 연락을 할 수 없다. 방문, 말, 글, 음향, 영상,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일체가 '추심 연락'에 포함된다.
채무자는 채권추심업자에게 특정 시간대 또는 방법, 수단을 통한 추심연락을 하지 말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가 회수불능으로 판단해 상각한 채권을 매입추심업자 등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이자가 추가로 부과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개선한다. 금융회사들은 그간 기한이익상실 시 원금 전체를 즉시 상환하도록 하면서 상환하지 못하면 원금 전체에 약정이자와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해왔는데, 앞으로는 상환 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원금에 대해서는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할 수 없게 된다. 개인채무자의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완성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 개인채무자에게 통지함으로써 채무 면제가 이뤄졌음을 알려야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관계부처·금융업권과의 협의를 거쳐 이달 중 법안을 입법예고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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