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한항공, 국내 첫 `개조 화물기` 투입…개조 후 10.8t 추가화물 수송
입력 2020-09-09 14:29  | 수정 2020-09-16 14:37

대한항공이 화물전용기로 개조한 여객기를 화물 노선에 본격 투입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늘어나는 항공화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2분기 급등한 항공화물 운임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올 하반기 경영실적도 순항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9일 대한항공은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한 B777-300ER 기종의 여객기를 운항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운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항공편은 지난 8일 오후 10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10시(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리켄베커 공항에 도착했다. 콜럼버스는 미국 의류 및 유통 기업들의 물류센터가 집중돼 있는 화물 거점 도시다.
앞서 대한항공은 멈춰선 여객기 2대를 화물기로 개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작사인 미국 보잉의 사전 기술 검토와 국토교통부의 개조 작업 승인을 받았다. 일반 B777-300ER 기종의 여객기는 항공기 하단 화물적재 공간에 약 22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개조 작업을 거쳐 항공기 상단의 객실 좌석을 떼어내면서 이 항공기는 약 10.8t의 화물을 추가로 실을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운휴 중인 B787-9, A330-300 기종의 여객기 밸리(하부 화물칸) 수송도 적극 활용 중이다.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승객 없이 화물만 수송한 여객기 운항 횟수는 월 평균 420회(평균 수송량 1만2000t)다. 지난 6월부터는 좌석 위에 화물을 싣는 '카고 시트 백'도 설치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동남아 화물 노선망 등과 연계해 자동차·전자 부품, 의류 등의 화물 수요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항공화물 운임도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와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항공화물 운임은 지난 4월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홍콩·북미 운임은 kg당 5.5달러(지난 4일 기준)로 작년 동기(3.4달러) 대비 61.7% 급등했다. 연초 후 3달러대에 머물던 운임은 지난 5월 8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홍콩·유럽 운임 역시 작년 동기(2.5달러)보다 20% 오른 3달러(지난 4일 기준)다.
항공업계는 이러한 운임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여객기 운항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여객기를 통한 화물 운송이 안 되고 있어 기존 화물기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객기를 통한 화물 운송은 전 세계 화물 공급의 절반을 차지해왔다.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에 따른 화물 수요 증가세도 가파른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항공사(FSC)의 화물사업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화물 실적은 전년보다 6% 오른 16만6000t을 기록했다. 그만큼 화물 수요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물 운임 강세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며 "연내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 이에 따른 수요도 더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주요 항공사 가운데 국내 FSC의 화물기 보유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비중은 각각 13.6%, 14.1%에 달한다. 항공화물 수송량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카타르항공(12.2%)과 에미레이트항공(4.4%)을 웃도는 수치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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