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세계 `스크래치 상품권` 또 위조…소비자들 피해 책임은?
입력 2020-09-09 13:24  | 수정 2020-09-09 16:28

추석을 앞두고 위조된 신세계 스크래치 상품권이 시중에 유통돼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문제가 된 스크래치 상품권은 종이 상품권에 동전으로 긁어내는 은박 스크래치 부분을 더한 것을 말한다. 2015년 신세계그룹이 처음 선보였으며, 현재 스크래치 상품권을 발행하는 유통업체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중 신세계그룹이 유일하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당근마켓'에서 현재 거래 중인 신세계상품권
◆ 스크래치 긁어 사용한 후 교묘히 덮어…현금으로 세탁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발행한 스크래치 상품권 수천만원 어치가 위조돼 최근 서울·경기·부산 등에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에서 이미 사용한 스크래치 상품권의 은박 부분을 다시 교묘히 덮는 식으로 위조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과거 조악했던 방식의 위조 사례와 달리 훨씬 더 정교하진 수법 탓에 상품권의 진위 여부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위조범들은 '가짜 상품권'을 구두수선점과 할인판매소 등 상품권 재판매점에 버젓이 팔아 넘겨 현금을 챙겼다. 이로 인해 해당 상품권을 매입한 재판매소 점주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수천만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은 상황.
여기에 상품권 재판매점에서 가짜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들 역시 또 다른 피해자가 됐으며, 중고거래 등 상품권 거래가 늘수록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를 키운다.
SSG페이앱에서 손쉽게 신세계 스크래치 상품권을 SSG머니로 전환 충전할 수 있게 한 모습
◆ 전자화폐로 전환 편리하지만 위·변조 가능성 큰 '스크래치 상품권'
이번 상품권 위조건은 유통 빅3 업체 중 신세계그룹에만 해당한다. 스크래치 상품권을 유일하게 발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소비자들이 종이 상품권을 온라인·모바일 상에서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스크래치 상품권을 도입했다. 업계에서 처음 한 일이었다.
스크래치 상품권의 은박 속에는 핀(PIN)번호가 새겨져 있다. 동전을 이용해 그 은박을 벗겨내 확인한 핀번호와 상품권 번호 등을 온라인 몰에서 입력하면 SSG머니 등 전자화폐로 즉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취지 자체는 좋다. 그 동안 소비자들은 종이 상품권을 오프라인이 아닌 백화점·마트 등 자체 온라인 몰에서 전자화폐로 바꿔 사용하려면 부득이하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했다. 또는 등기로 상품권을 회사로 보내 직원의 확인을 받아야 사용이 가능했다. 꽤 번거로운 절차다보니 온라인·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이 과정을 간소화 한 신세계 스크래치 상품권을 선호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그 편리함 이면에 상품권의 위·변조 위험이 도사린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스크래치 상품권을 출시한 지 두 달만에 위조 상품권이 나와 홍역을 치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스크래치 상품권은 온라인에서 먼저 쓴 후 위조해 오프라인에서 이중으로 불법 사용하거나 상품권 재판매업주와 소비자들에게 2·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유통업체가 이같은 가능성을 일일이 다 관리하긴 어려운 노릇"이라고 말했다.
롯데나 현대백화점그룹에서도 스크래치 상품권 발행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한 이유도 위·변조 가능성이 존재하는 데 있다.
[사진 제공 = 이마트]
◆ 한 푼 아끼려다 돈 날린 소비자들 피해 책임은
가짜 상품권은 주로 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구두수선점이나 각종 할인판매소 등 이른바 '장외시장'에서 유통이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신세계 위조 상품권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상품권 장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싸게 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 상품권의 공식 판매처에서 파는 10만원짜리 상품권은 장외시장에서 9만7000원선 안팎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상품권 재판매점은 신세계그룹이 상품권 판매처로 공식 제휴를 맺은 곳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위조 상품권으로 피해를 본 점주나 소비자들에게 신세계그룹이 보상을 해 줄 의무는 없다.
신세계 관계자는 "상품권 재판매점 등은 항상 위·변조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탓에 소비자들에게도 이를 당부하고 있다"며 "이번처럼 피해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결국 장외시장 판매처에 다시 환불 요청 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SG페이 앱에서 구매한 상품권의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한 모습
신세계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미 2018년도에 2조8000억원 규모로 상품권을 발행해 부동의 1위였던 롯데를 제치고 상품권 시장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맞춰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결과 지난해에는 신세계 상품권의 발행 규모가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한다.
신세계상품권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늘어나고 유통이 다량 이뤄진 상황에서 상품권 위조건은 신세계란 유통기업의 신뢰도를 더욱 크게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신세계 측은 "모바일 시대에 맞춰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모바일 전환 상품권을 도입한 것"이라며 "상품권 보안성 강화를 위해 소비가가 상품권 사용여부를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고 추가로 조폐공사에 상품권 보안성 강화를 의뢰해 둔 상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품권 위조건에 대해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불과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상품권 거래가 활발해졌는데 이같은 개인 간의 거래에서 상품권 위변조로 인한 사기가 발생하면 어디에서도 피해 보상을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며 "스크래치 상품권 자체의 보안성을 강화해 위변조를 아예 막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