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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S 무비 PICK] ‘나를 구하지 마세요’ 제발, 응답해주세요
입력 2020-09-09 13:0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나를 구하지 마세요, 제발”이라는 외침에는 누군가 응답해주길, 손잡아주길 바라는 또 다른 간절함이 숨어 있다.
정연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엄마와 단둘이 도망치듯 낯선 곳에서 살게 된 열두 살 소녀 선유(조서연)가 전학 간 학교에서 천진난만한 소년 정국(최로운)을 만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아빠가 큰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서, 선유와 엄마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한다. 또래보다 일찍 철든 선유는 엄마마저 자신을 떠날까 불안해하면서도,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
선유는 아무것도 모르는 정국을 부러워하고, 정국은 선유의 말에 많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밝은 정국은 끊임없이 선유에게 손을 내민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을 받으려는 할머니가 나타나면서 선유의 가정환경이 알려지게 된다. 전기세가 끊기고 경제적으로 내몰리고, 곁에 있던 친구조차 떠나자 선유의 엄마는 절망에 빠진다.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다. 아무것도 모를 거라 어른들은 착각하나 아이들은 알고 있다. 혼자 남을까 불안해하면서도 밝은 척, 괜찮은 척하는 선유의 눈빛이 마음을 아리게 하는 이유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선유와 명랑한 정국의 우정을 통해 밝은 위로를 전한다. 여러 이유로 좌절한 사람에게 정국이처럼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먼저 손 내밀어주는, 나를 구하지 마세요”라는 간절한 외침에 한 번이라도 응답해줄 이들이 필요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선유와 정국을 연기한 조서연 최로운의 풋풋한 연기가 몰입을 돕는다. 배우 양소민 김선화 이선희 등도 제 몫을 다한다. 배우들의 열연이 빛난다. ‘나를 구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선유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10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7분.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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