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DI조사에서도 나타난 30代 아파트 `패닉바잉` 배경
입력 2020-09-09 11:28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경. [김호영 기자]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집값 상승이 자가 소유 비중이 낮은 20~30대 청년층을 가장 불행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급증한 임대료 부담과 집을 영영 못 살지 모른다는 공포에 청년들이 패닉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이 한국경제학회 학술지 한국경제포럼 7월호에 발표한 논문 '세대 간 주택시장의 이해와 주거유형 선택의 경제적 함의: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 세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상승할 경우 20대와 30대가 가장 불행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결과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연령별 만족도를 조사한 2015년 KDI 설문조사 데이터를 회귀분석한 내용이다. 송 부장은 "전반적으로 주택(아파트)가격이 상승한다면, 귀하는 행복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불행하시겠습니까?"에 대한 답변을 1점(매우불행)에서 5점(매우행복)까지 상대적 순서로 놓고 연령별 요인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가장 불행한 20대를 0이라고 했을 때 30대(0.12)가 그 다음으로 불행했고 60대(0.24)와 50대(0.29), 40대(0.35), 70대(0.38) 순으로 불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수치는 행복의 세대별 순위를 나타낸다. 송 부장은 "행복의 정도가 수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숫자가 큰 세대가 작은 세대보다 만족도가 높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이 오를 때 청년층이 가장 불행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송 부장은 "생애주기상 청년층은 자가 보유율이 낮아 집값이 오르면 주거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0대와 70대의 행복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에 대해선 "40대 연령층에서 주택 보유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70대의 경우 전체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동안 자가 거주 가구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2016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대와 30대는 자가를 보유한 비중이 각각 7.6%, 45.1%지만 40대부터는 자가 점유 비중이 절반을 웃돈다. 송 연구위원은 "생애주기 관점에서 평균적으로 20대는 월세, 30대는 전세, 40대 이후는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가구의 주거 점유형태별로 봐도 자가 보유자에 비해 무주택자들은 집값 상승시 행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거주자(0)가 제일 행복했고 행복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유형은 보증금 없는 월세(-0.974), 사글세(-0.798), 전세(-0.618), 보증금 있는 월세(-0.603) 거주자 순이었다.
또한 부동산자산에 있어서도 자산 평가액이 클수록 주택가격 상승 시 만족도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자산이 없거나 부동산 평가액을 모르는 집단(0)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부동산 평가액이 6~9억원인 집단(0.686)이 가장 행복했고, 평가액이 높은 순서대로 3~6억원(0.400), 1~3억원(0.276), 1억원 미만(0.173)이 뒤를 이었다. 다만 9억원 이상의 고가의 부동산자산을 가진 집단(0.335)은 낮은 수치를 보여 자산평가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만족도가 한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연구위원은 "일종의 한계효용의 법칙으로 같은 음식이라도 이미 배부른 사람에게는 효용이 적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밝혔다.
폭등한 집값으로 불안을 느낀 청년들은 빚을 내서 아파트 매수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에서 30대 이하의 매수 건수는 5871건으로 전체 매매(1만6002건)의 36.9%에 달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경기도에서도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9543건으로 전체(3만1735건)의 30.1%를 찍으며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김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