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번이상 출산하면 치매위험 47% 높다
입력 2020-09-09 11:18  | 수정 2020-09-10 08:41

5번이상 출산을 경험한 경우, 한번만 출산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나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아시아 여성은 유럽·남미와 달리 출산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에도 알츠하이머(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2~4회 출산한 여성은 한번만 출산한 여성과 비교해 치매 위험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한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브라질 등 11개국 3대륙의 60세이상 여성 1만 4,792명을 대상으로 출산이 치매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분석에는 치매발병에 영향을 주는 나이, 교육수준, 고혈압, 당뇨 등의 인자들이 포함됐다.
전세계 치매 환자는 여성이 전체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의 치매 및 알츠하이머 유병률이 높고 발병 후 진행속도도 빠른 편이다. 이는 남녀의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만, 여성만의 고유한 경험인 출산이 호르몬과 건강의 변화를 유발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출산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드물었으며, 기존 연구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 혼선이 있었다.

연구팀은 아시아 여성의 무출산과 알츠하이머의 관련성은 60세이상 여성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것은 자의적 비출산이라기 보다 불임이나 반복적 유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임을 유발하는 호르몬 질환은 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반복적인 유산 역시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배종빈 교수는 "5번 이상 출산한 여성은 기본적으로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등 치매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 동반될 확률이 높고, 출산에 따른 회백질 크기 감소, 뇌 미세교세포의 수와 밀도 감소, 여성호르몬 감소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이런 여성들은 치매 고위험군에 해당되어 정기적 검진을 받는 등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웅 교수는 "출산이 여성의 높은 치매 유병율과 관련있다는 사실을 11개 국가 코호트 연구를 통해 파악하는데 성공했다"며 "향후 이번 코호트에 포함되지 않은 아프리카, 중동지역 연구를 비롯해 아이를 많이 출산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전을 통해 치매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도 후속 연구를 진행해 치매 조기 진단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드 센트럴 의학(BMC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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