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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의 보이지 않는 노력, 선택 아닌 필수인 이유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입력 2020-09-09 11:11 
양현종의 시즌 성적은 8일 현재 9승 6패 평균자책점 4.82 109탈삼진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KIA 에이스 양현종은 시즌 초·중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5월과 6월 평균 자책점은 모두 4점대가 넘었고 7월 평균 자책점은 무려 8.63이나 됐다. ‘양현종이라는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양현종은 부단히 노력했다. 선발 등판 사이에 치르는 불펜 피칭에서만 공을 들인 것이 아니다. 매일 경기 후 쉐도우 피칭을 했고 서재응, 루르 코치와 투구 폼의 미묘한 부분까지 따져가며 연구를 계속했다.
시즌 중에는 잘 하지 않는 스윙 훈련(투수들이 배트를 들고 야수들처럼 스윙을 하는 훈련)까지 공을 들였다.
노력의 결과는 오래지 않아 나타났다. 8월 들어 평균 자책점을 2.40으로 끌어내렸다. 9월 첫 경기였던 4일 롯데전서도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대투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양현종이다. 그런 투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보면 그의 특별 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 있다. 양현종이 공을 손에서 놓는 순간까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양현종은 투구폼이 일정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발견되는 투수다. 던질 때마다 투구폼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이다. 양현종은 다른 투수들보다 긴 익스텐션을 갖고 있다. 타자들이 보다 빠르게 구속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양현종의 장점이다.
문제는 이 익스텐션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구단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양현종은 익스텐션이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의 차이가 있었다.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을 땐 익스텐션이 2.02m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이 1.85m니까 얼마나 많이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서는 익스텐션이 1.96m로 짧아진다. 약 6cm의 정도나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미세해 보이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양현종의 익스텐션이 짧아지면 경기 내용에 지장을 준다는 기록은 또 있다.
양현종은 지난 2018년 10월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4⅓이닝 3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비자책)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가 강판된 뒤 수비가 크게 흔들리며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날도 양현종은 자신의 최대한의 수치로 공을 끌고 나오지 못했다. 이 경기서 양현종이 기록한 패스트볼 평균 익스텐션은 1.96m였다.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할 때의 기록과 같은 것이었다.
이처럼 양현종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익스텐션에 차이가 생기는 유형의 투수다. 최대한 끌고 나오지 못하는 날엔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양현종이 끊임 없이 자신의 폼을 체크하고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투구 간격 간 이뤄지는 양현종의 특훈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끊임 없이 노력하며 찾는 수 밖에 없다. 6cm의 작은 차이가 양현종의 투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노력파다. 그냥 얻어진 천재가 아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 안도하고 안주하는 순간 양현종은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 천재의 능력에 노력이 더해질 때 진정한 양현종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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