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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폭탄선언` 왜 나왔나
입력 2020-09-07 15:49  | 수정 2020-09-07 16:19
지난 4월10일 대한체육회 총회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중앙)과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2030 아시안게임 개최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까지 했으나 문체부 승인이 나지 않아 유치신청도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왼쪽부터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회장,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사진=이종세
체육회 KOC 분리-아시안게임 충청권 유치 무산 등
문체부-체육회 매사에 갈등 양상

[MK스포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7일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MK스포츠 7일자 단독보도 참조】 이에 따라 체육회와 문체부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1920년 출범해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체육회와 1982년 발족한 체육부(문체부 전신)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기관으로 체육정책과 예산의 전권을 쥔 문체부는 대한체육회를 지휘 감독하는 입장이고, 대한체육회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함께 비정부,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불가분의 관계다.
이 때문에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사안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며 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하며 그때마다 민간단체인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의 힘에 밀려 어려움에 빠지곤 했다. 올해만 해도 대한체육회는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 문제를 다시 제기하자 ‘불가 방침을 천명했고 ▲2030년 아시안게임 충청권 유치도 문체부에 의해 무산됐으며 ▲내년 1월의 회장 선거를 위한 정관개정 승인을 문체부에 요청했으나 4개월 넘게 미루어 지고 있는 등 곤혹스러운 처지다. 한국체육의 발전을 위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상호 보완 작용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체육회, 총회에서 체육회-KOC 분리 불가 천명
지난 8월 11일 잠실 롯데월드에서 축구 야구 등 62개 경기단체 대표와 17개 시도체육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0 대한체육회 임시총회는 고(故)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 ‘스포츠폭력 추방대책 마련이라는 당초 의제와는 다른 긴급동의가 발의돼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다름아닌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 방안에 대한 불가 입장이었다. 이날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은 회의 말미 최근 항간에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 방안이 나돌고있는데 체육인의 이름으로 반대한다”며 오늘 총회에서 이를 정식 안건으로 다루자”고 긴급 제안했고 유준상 요트협회 회장 등이 이에 동의했다. 이어 이기흥 체육회장이 2016년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하면서 KOC 합병을 재확인했는데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며 대의원들에게 방열 회장의 긴급 제안에 이의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아무도 반대하지 않아 만장일치로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가 불가하다고 결의했다.
1968년 방콕아시아경기에서 대한체육회와 KOC의 알력으로 당시 손기정 선수단장이 삭발하는 등 물의를 빚었던 대한체육회와 KOC의 통합-분리 논란은 2009년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시절 통합으로 일단락됐고 4년 전에도 대한체육회장이 KOC위원장을 겸임하도록 매듭지어진 바 있다. 그러나 내년 1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문체부와 국회 등 정치권 일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자 이날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장들과 시도체육회장들이 들고 일어나 쐐기를 박은 것이다.
문체부, 체육회 정관개정 승인 4개월 넘게 미뤄
대한체육회가 회장 선거 관리 규정에 관한 정관(현직 회장이 후보 등록 시 90일 전 사직)의 문제점을 개정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문체부에 올린 정관 개정안이 4개월이 넘도록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4월 10일 잠실 롯데월드에서 열린 2020 정기총회에서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현직 회장이 입후보하려면 90일 전 사직해야 한다는 규정(정관 24조8항과 선거 관리 규정 11조3항)의 ‘사직을 ‘직무 정지로 변경한 정관 개정안을 확정, 문체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대한체육회는 정관개정을 위한 제안설명에서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등은 현직을 유지한 채 재출마가 가능한데 대한체육회장은 ‘90일 전 사직을 하도록 한 것은 IOC 등 국제스포츠기구나 외국 체육 단체에도 전례가 없는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한 2016년 이전에는 현직 회장이 아무 규제없이 재출마했었다. 아울러 90일간의 회장 공석을 강제한 현행 규정은 정관에 명시된 회장 4년 임기가 무의미하며 행정 공백도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작년 6월 체육회장(NOC 위원장) 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임된 이기흥 위원은 현행 정관대로라면 선거 90일 전 사직해야 해 내년 1월의 회장 선거에서 재선이 돼도 IOC 위원직 유지가 불투명하다. IOC 규정상 체육회장직을 사직하면 IOC 위원직도 자동 상실하게 돼있고 체육회장에 재선돼도 IOC 위원 자격이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축구 야구 등 대한체육회 가맹 62개 경기단체, 17개 시도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등 각급 체육 단체들도 오는 12월~1월 중 개정된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라 ‘사직이 아닌 ‘직무 정지상태에서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개정된 대한체육회 정관이 문체부 승인을 받지 못해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2030 아시안게임 충청권 유치도 무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서명한 2030년 제21회 아시안게임 개최 협약서. 사진=이종세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올들어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엇박자를 낸 또 하나의 사례는 2030년 아시아게임 충청권 유치가 무산된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 4월 13일 대한체육회와 합의해 올라온 충남, 북과 대전, 세종 등 충청권 4개 시·도의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신청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560만 충청권 시·도민의 숙원사업이었던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신청도 하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됐다. 이 대회 개최지는 신청 마감인 4월 22일까지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카타르(도하)와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2개국 가운데 하나가 오는 11월 29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三亞)에서 열리는 OCA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대한체육회는 아시아 45개 회원국 1만7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 16일간 28개 올림픽 종목 등 40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룰 2030년 아시안게임을 충청권 4개 시·도에 유치, 2018년 9월 남북 정상간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 평양 공동유치의 디딤돌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2030년 아시안게임의 충청권 유치 행보는 작년 2월 7일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회동, 공동유치협약을 했고 2월 11일 당시 충북 출신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방문, 적극 지원을 약속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충청권 4개 시·도는 기본계획 수립과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1조 2500억 원의 소요예산을 4개 시·도가 3000억 원씩 분담하기로 하는 등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OCA가 지난 1월 23일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신청 마감을 4월 22일로 알려오자 대한체육회에 유치의향 서류를 제출했다. 대한체육회는 2020년 정기총회(4월 10일 서울 롯데월드)에서 단독 신청한 충청권 4개 시·도의 유치신청을 찬반투표에 붙여 67대 1로 가결했고 이기흥 회장과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대회개최에 따른 협약을 체결, 4월 13일 문체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서류심사에만 1개월이 걸린다”며 미온적 태도로 나오면서 서류 보완을 요구했고, 4개 시·도는 우선 OCA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정부 승인을 재차 건의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신청 마감일을 넘기고 말았다.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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