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귀가 여성 살해 20대 男, 생활고는 감형 위한 핑계"…국민청원 7만 명 돌파
입력 2020-09-07 15:37  | 수정 2020-09-08 16:07

지난달 제주에서 20대 남성이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과 관련, 피의자 신상 공개와 엄정 수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한 제주 20대 남성의 신상공개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난달 30일 오후 6시 50분쯤 제주시 도두 1동 제주민속 오일장 인근 호박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의 몸에는 수차례 흉기에 찔린 상흔이 발견됐으며, 저항한 흔적이 많았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는 피해자 휴대전화와 지갑 안의 신용카드, 현금 1만 원을 가지고 달아났다"며 "피해자가 칼을 들고 있는 남성을 상대로 1만 원을 줄 수 없어 저항했다고 하기에는 생활비라는 감형을 위한 핑계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름이기 때문에 오후 6시 50분이라도 낮처럼 밝다는 사실을 모두 알 것"이라며 "이는 내가, 내 가족이, 내 주변 사람이 충분히 피해자가 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끝으로 청원인은 "이 사건이 그저 생활고로 인한 살인이라고 묻혀 지나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와 엄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길 간곡히 부탁한다"는 호소로 글을 맺었다.
이 청원은 7일 오후 3시 10분 기준 약 7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은 20만 명이다.
이 사건과 관련, 대학생 이 모씨(24·여)는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며 "뉴스에서 여성들만 골라 침을 뱉고, 얼굴을 때렸다는 등의 기사를 심심찮게 접한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분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청원 동의밖에 없어 죄송하다"고 했다.
한편 피의자 강 모씨(29·남)는 지난달 30일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 A씨(39·여)를 위협했고, 이 과정에서 A씨가 반항하자 목과 가슴 등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강씨는 범행 직전 본인 소유의 탑차를 타고 시장 인근을 배회하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피해자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서부경찰서는 지난 2일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제주지법은 이튿날 그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후 영장을 발부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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