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정위, `허위 신고·자료제출 대기업` 총수 검찰고발 기준 마련
입력 2020-09-07 15:20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지주회사들이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누락한 경우에 대해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을 신설했다. 명문화 지침이 없어 사안별 판단이 나올 때마다 불거졌던 '봐주기'나 '때리기'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7일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의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을 제정해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매년 공정위에 지정자료를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설립·전환·사업내용의 신고·보고 의무가 있는 지주회사다.
공정위는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 두 가지 요소로 고발 여부를 가르기로 했다. 인식 가능성은 법 위반을 인식했는지, 위반의 내용과 정황, 반복성 등을 고려해 '현저·상당·경미' 3단계로 구분한다. 중대성은 위반의 효과와 경제력 집중 방지라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역시 3단계로 나눈다.
일단 고의성이 입증되는 경우, 즉 인식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 대해선 사안의 경중과 관련없이 고발 조치한다. 고의가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위법 가능성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상당한 경우는 사안의 중대성을 따진다. 허위 신고를 통해 규제망을 벗어나는 정도로 중대성이 현저하다면 역시 원칙적으로 고발하고, 단순 누락·오기 등 경미한 경우엔 경고 조치만 한다. 지주회사 설립시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를 누락하는 식의 중대성이 상당한 경우에 대해선 기업집단의 규모나 자진신고·조사협조 여부 등을 따져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가 지침을 신설한 것은 카카오, 네이버 사건 이후 명문화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6년 카카오가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일부를 누락 제출했다는 이유로 2018년 총수인 김범수 의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2015년 네이버가 지정자료를 누락한 것에 대해선 올해 초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고발 조치했다. 비슷한 혐의에 대해 다른 처분이 내려진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공정위는 누락 내용의 수위가 다르다며 두 사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검찰이 3월 이해진 GIO를 무혐의 처분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지침 신설로 이같은 혼란은 상당 부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불안요소는 남았다. 우선 특정 사안에 대해 고의성이 입증됐는지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공정위와 검찰, 해당 기업 측이 여전히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다. 또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이 모두 중간 수준(상당)에 해당하는 경우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고발·경고 둘 중 어떤 조치를 내릴지를 사안별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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