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英 경제연구기관 "자식세대의 소득차이, 90%는 본인 탓"
입력 2020-09-07 13:34  | 수정 2020-09-14 14:07

미국의 소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식 세대에서 발생한 소득 불평등 중 10%만이 부모세대의 소득 차이로 인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머지 90%는 자식 본인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의미로, 부모의 영향이 자식 세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7일 한국은행이 소개한 런던 소재 경제연구기관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 Center for Economic Policy Research)는 '세대에 걸친 소비와 소득 불평등'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밝혔다. CEPR은 미국 소득역학 패널데이터를 활용해 1967년부터 2014년까지 760개 부모가구와 아들가구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소비를 분석했다. 당시 딸은 노동시장 참가 여부가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CEPR은 자식가구의 소득과 소비가 부모 세대의 소득과 소비에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그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분석한 결과, CEPR은 부모 세대의 소득과 소비 성향이 교육과 결혼 및 저축 행태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자식 세대에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논문에서 CEPR은 아버지의 근로소득이 1% 증가하면 아들의 근로소득은 0.23% 증가한다고 봤다. 논문을 작성한 지오반니 갈리폴리 컬럼비아대 교수는 "대를 거친 대물림을 종류별로 분석했을 때 근로소득이 대를 거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부모가구의 소비지출이 1% 증가할 때 아들 가구의 소비지출은 0.15% 늘어난 것으로 계산됐다. 부모 가구에게서 소비 선호와 저축 행태를 학습한 영향이다.

자식 세대의 불평등을 분석한 결과, 자식 세대 소득의 분산값은 0.229로 분석됐다. 분산은 데이터가 평균에서 얼마나 많이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소득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분배됐는지 이를 통해 추정했다. 자식 세대의 불평등에서 부모세대의 영향력을 따로 분석한 결과 0.229 중 부모 세대의 영향으로 인한 불평등은 0.024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식세대에서 발생한 소득 불평등의 약 10%만이 부모 세대에게서 나타난 영향으로 집계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해당 논문을 소개하며 "자식 세대 내 불평등 중 상당 부분이 자식 고유 특성으로 설명된 것"이라며 "부모의 영향이 자식 세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소비의 분산값은 0.113으로 집계돼 소득보다 더 적은 불평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적 이전소득이 소득 격차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저축성향을 보인 탓으로 분석됐다.
다만 CEPR의 논문은 미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기에 한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또 이번 논문에서는 소득과 소비만을 분석했기에 자식 세대에서 자산 형성 과정까지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빠져있어 실질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산 불평등에 관한 분석은 빠져있다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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