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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감독의 자충수…‘정석’과 달랐던 조상우 이른 기용 왜? [MK시선]
입력 2020-09-07 06:17 
6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프로야구 KT 위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벌어졌다. 8회초 2사 1,2루에서 키움 조상우가 2실점을 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3연패에 빠졌다. 마무리 조상우(27)의 이른 투입이 화를 불렀다. 손혁 키움 감독의 자충수였다.
키움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위즈전에서 7-8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키움은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시즌 성적은 61승 44패로 3위에 머물렀다. 2위 LG트윈스와도 0.5경기 차가 됐다. 전날(5일) 2위 자리를 내줬지만, 게임 차는 앞섰던 키움이다.
이날 kt는 불펜데이였다. 키움 선발은 에릭 요키시였다. 승산은 키움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요키시가 예상 밖 부진에 3회를 채우지 못했다.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경기 후반부 6-6으로 두 팀은 팽팽하게 접전을 이어갔다.
8회초 키움은 조성운이 2사까지 잘 잡은 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2루타를 맞았다. 승부처였다. kt는 강백호-유한준-박경수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로 연결되는 찬스였다. 결국 키움은 투수를 교체했다. 지난 1일 고척 NC전 이후 등판이 없는 좌완 셋업 이영준(29)의 등판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키움의 선택은 조상우였다. 초강수였다. 이영준이 있는 상황에서 손혁 감독의 원칙과는 다른 기용이었다. 국내 최고 투수 전문가로 꼽히는 손 감독은 올 시즌 키움 지휘봉을 잡으면서 불펜 투수들의 3연투 금지, 마무리 조상우의 1이닝 이상 소화 자제를 철칙으로 세웠다. 실제로 조상우는 올 시즌 1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이 시즌 초반인 5월 21일 SK전(2이닝), 5월 29일 kt전(1⅔이닝), 6월 3일 한화전(1⅓이닝) 뿐이다. 이때도 등판 간격이 넉넉했다. 충분한 휴식을 가진 뒤였다. 무더운 7~8월에는 1이닝 이상 소화는 없었다. 철저하게 관리를 해줬다.
이 상황을 막는다면 조상우가 아웃카운트 4개를 책임지는 모양새였다. 바둑 애호가인 손혁 감독의 ‘정석과는 다른 변칙 기용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조상우는 지키지 못했다. 다음 타자 강백호에 볼 1개를 던지더니 자동 고의 볼넷으로 1루를 채웠다. 2사 1, 2루. 다음타자 유한준과의 승부를 선택했다. 그러나 풀카운트 7구 승부 끝에 유격수 우측을 빠져나가는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조성운의 자책점이었지만, 조상우가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흔들린 조상우는 계속된 1, 3루에서 박경수에게도 중전안타를 맞았다. 6-8, 키움의 패색이 짙어졌다. 조상우는 후속타자 장성우와도 8구까지 가는 진땀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 아웃처리하며 힘들게 이닝을 막았다.

이어진 8회말 김웅빈의 솔로포가 터졌지만, 키움의 추격은 더 이상 없었다. 조상우 조기 투입은 결과적으로 묘수나 강수가 아닌 ‘자충수가 됐다.
최근 조상우의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진 최악의 결과물이었다. 8월 들어 철옹성과 같았던 조상우의 실점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7⅓이닝 7실점(6자책점) 평균자책점이 7.36이다. 패전도 두 차례 있고, 올 시즌 첫 블론세이브도 기록했다. 이날 kt전에서도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에 그쳤다. 150km 중반대까지 육박하는 강속구가 최대 무기인 조상우인데, 무기 없이 싸우는 모양새였다.
다만 속사정이 있었다. 이날 이영준의 등판이 쉽지 않았다. 키움 관계자는 이영준은 휴식 차원에서 이날 등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2경기 연속 실점(8월 29일 삼성전 2실점, 9월 1일 NC전 1실점)한 이영준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휴식을 길게 준 키움 벤치의 선택이었다.
최근 선발투수들의 잇따른 부상 이탈로 불펜의 부담이 커진 키움이다. 이영준의 난조, 조상우의 실점 등은 분명 좋지 않은 조짐이다. ‘마운드 연쇄 도미노 현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석과 다른 수를 내놔야 하는 손혁 감독도 답답할 수밖에 없는 키움 마운드 사정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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