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태풍·비에 아슬아슬 태양광…"산지설치 패널절반 현행 기준에 안맞아"
입력 2020-09-06 16:56 


올 여름 기록적 장마로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산에서 수차례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국내 설치된 산지 태양광 패널의 절반 가까이가 현행 기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구자근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산림청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현행 제한 기준인 15도 이하 대상지는 51.1%인 570개소에 불과했다. 이외에 15도 초과 ~ 20도 이하는 425개소, 20도 초과~25 이하 대상지 10.7%인 120개소 수준이었다.
올해 50여일간의 장마로 전국 태양광 설치 시설 총 20여 건이 훼손됐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18년 태풍과 집중호우로 경북 청도, 제주시, 강원도 철원군 등에서 태양광 산사태가 속출하자 산림청은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경사도 기준을 25도에서 15도로 강화했다. 구 의원은 "2018년 이전에 15도 이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은 산사태 및 토사유출의 위험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단순 경사각도 뿐 아니라 관리 실태도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열발전시설의 비탈면안정시설 관리 점검 결과 19%는 균열, 일부 붕괴, 침하, 토사유실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돌쌓기는 421건 중에서 39건(9.3%)이, 부수시설도 848건 중에서 93건(11%)이 관리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 의원 측은 "이번 조사 결과는 그나마 관리가 우수한 곳들만 집계한 결과로, 실제 현장은 더욱 엉망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산림청의 실태조사 대상지는 1910개소였지만 실제 조사된 곳은 1235개소에 불과했다. 조사 체크리스트가 부실하게 작성돼 675개소(35%)에 대한 점검자료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산림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잇따른 사고로 문제가 불거지자 전수 실태조사를 다시 진행중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달 19일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산림청과 함께, 산지·토목 전문가, 태양광 업계와의 협의, 주민·지자체 의견수렴 등을 거쳐 산지 태양광에 대해 세 가지 영역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 의원은 "기존에 설치된 태양광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안전시설 점검에서 지적된 사안들이 모두 해결되었는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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