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자 블랙리스트' 작성해 해고된 MBC 카메라 기자, 해고 무효소송 승소
입력 2020-09-06 09:34  | 수정 2020-09-13 10:04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됐던 MBC 카메라 기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이예슬 송오섭 부장판사)는 권지호 카메라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권 기자에 대한 MBC의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해고당하지 않았더라면 받았을 임금을 권 기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권 기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1심이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입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이하 MBC 노조)는 2017년 8월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기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에 활용했다"고 주장했고, 권 기자가 블랙리스트 문건의 작성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돼 이듬해 5월 해고됐습니다.


권 기자가 작성한 문건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노동조합 참여도에 따라 동료 카메라 기자들의 성향을 4등급으로 구분한 '카메라 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 등이었습니다.

MBC가 내세운 권 기자의 해고 사유는 ▲ 문건을 작성해 복무 질서를 어지럽힌 점 ▲ 문건에 기초해 작성한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보고해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한 점 ▲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명예훼손죄·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 등 3가지였습니다.

권 기자는 해고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3가지 해고 사유 가운데 인사이동안을 보고했다는 부분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MB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은 "나머지 2건의 징계 사유만으로도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권 기자에게 책임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권 기자가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분도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해고 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기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MBC 노조에 반하는 성향을 가진 선배 카메라 기자 2명과 문건 내용을 공유했을 뿐 그 외에는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문건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전달 행위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이 2018년 6월 권 기자의 명예훼손 혐의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한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또 "문건을 작성해 복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징계 사유만으로는 고용 관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위 행위의 정도가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해고 처분은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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