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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인가요] 단독 가입어려운 실손보험, `코로나19` 걸리면 아예 불가능?
입력 2020-09-06 08:54 
[매경DB]

#40대에 가까워진 정모씨는 아무래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하나 정도 들어 둬야겠다는 판단에 보험사 세 곳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들 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들은 서로 짜기라고 한듯이 이구동성으로 "(정 씨의) 병원치료 이력 때문에 지금 당장 가입이 어렵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그럼 언제쯤 가능할지를 다시 물으니 이 설계사들은 "최근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 (보험사가) 실손만 단독으로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 다만 통합보험이나 암·종신보험 등을 함께 신청하면 받아준다"고 설명해 정 씨는 아예 가입을 포기했다.
#가끔 병원 신세를 지던 김모씨(40대)는 굳이 실손보험이 필요없다고 판단, 몇년 째 무작위로 걸려오는 보험가입권유 전화를 가능하면 정중하게 애둘러 끊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러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이젠 가입할 시점이라고 판단, '언택트 시대'에 어울리게 온라인으로 보험에 가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 비교사이트 '보험다모아'에서 추천한 상품들을 검색한 뒤 한 보험사 홈페이지로 넘어가 해당 상품의 가입을 시도했다. 한참을 끙끙댄 김씨는 가입 마지막 단계(?)까지 갔지만 "병원 치료 이력이 확인돼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알림 팝업창을 만나 결국 온라인보험 가입 의지를 접었다.
최근 실손보험 가입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보험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설계사 등)을 통해서도 가입 거절이 비일비재하다. 올초에는 '치과 스케일링' 마저 병원 치료기록으로 판단,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다.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면 다른 보험상품에 실손특약을 얹어 파는 일명 '끼워팔기'가 문제로 지적되자 2018년 4월 금융감독원이 지시사항으로 이를 공식 금지했는데, 최근 다시 이런 영업을 보험사들이 유도하는 모습이 적지않게 포착되고 있다. 실손보험과 함께 통합보험 등 다른 상품을 하나 더 가입해야 받아주는 형태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코로나19도 숟가락(?)을 얹었다. 일부 SNS 상에서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은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을 안받아 준다'라는 내용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일까. 그래서 물어봤다. 기왕이면 한 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가 아닌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 판매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을 찾았다. FM에셋 인포벨방송사업단 소속의 팀장급 설계사(보험설계사 경력 15년 초과)가 이런 내용들이 '진짜'인지 여부를 확인해줬다.
FM에셋 인포벨방송사업단에서 박성일 방송총괄팀장
Q. 최근 SNS 상에서 "코로나19 걸렸다 나은 사람은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인가.
▲(FM에셋 인포벨방송사업단에서 박성일 방송총괄팀장)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중증 폐렴 같은 질병 역시 발병 1년 이내에는 실손보험 가입은 보류된다. 치료 1년이 지난 후에도 '폐부담보'나 '보험료 할증조건'으로 실손보험을 인수한다.([잠깐용어] '부담보'란 일부 기관 질병에 대해 보장하지 않는 것을 뜻함. 코로나19는 일단 '폐렴'으로 알려져서 '폐부담보'임.)
다만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된 이들은 현재까지 대부분 경과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실손보험 심사 대상'이 아니다. 이 질병의 후유증이나 재발 등에 대한 완전한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서 보험사 내부적으로도 심사기준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보험사의 정확한 인수 기준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추후 코로나19로 일반실손보험 가입이 어렵다면 '유병자실손보험'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오프라인으로 가입하려고 설계사를 만났더니 '실손보험 단독으로는 가입이 안된다. 다른 상품을 하나 더 가입해야 보험사가 실손 가입을 받아준다'는 조건을 내세운다"고 들었다. 실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가입시켜 주지 않는게 맞는가.
▲2018년 4월 금감원이 '실손보험 끼워팔기 금지'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를 이유로 실손보험 한 상품만의 판매를 꺼린다. 아예 대놓고 단독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리하자면) 보험소비자나 설계사가 보험사에 단독실손보험을 의뢰하더라도, 실제 가입을 하려면 (암보험, 종신보험 등) 다른 상품을 함께 가입해야만 하는 상황이긴 하다.
Q. 코로나19 대유행 후 보험사들의 가입 심사는 물론 보험금 지급심사도 깐깐해졌다고 들은 적이 있다. 현장 설계사가 체감하기에는 어떤가.
▲아직까지 '코로나19와 보험금 지급 심사가 연관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진 않는다. 다만 향후 코로나19로 보험사 손해율이 증가한다면 전체적인 보험금 지급 심사를 좀 더 면밀하게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Q. 코로나19에 걸렸다면 실손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
▲현재 코로나19 치료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초과이익금지' 원칙(실손은 '실'제 '손'해만큼만 보상)에 따라 소비자가 실손보험으로 청구할 비용이 없는 것이 맞지만, 이 외에 본인이 직접 부담한 치료비가 있다면 실손보험 청구도 가능하다.

Q. 코로나19의 국내 본격 확산 시점이 1월 20일로 알려져있다. 이후 실손을 포함한 보험 가입 문의가 늘어났는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감염병 관련 보험 문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듯 했다. 그러나 현재는 오히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로 보험료 절감을 위한 상담 문의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Q. 실물경기가 안좋을 때마다 보험을 해약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한가.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그동안의 경제 위기와 확연히 그 궤가 다르다. 단순 '심리적 위축'이 아니라 '물리적 경제 멈춤 상황'이 되다 보니 직장을 잃거나 장사를 아예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결국 보험 약관대출이나 중도인출을 하는 가입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결국 기존 보험을 해지하는 고객들의 비율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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