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의협-정부 극적 합의 이끈 한정애 누구?…'한노총' 출신의 협상가
입력 2020-09-04 12:31  | 수정 2020-09-11 13:04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의 오늘(4일) 극적 합의 타결을 이끌어낸 민주당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에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이미 전공의 단체 등 의료계와 폭넓게 접촉해오던 3선의 한정애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의장에게 "의료계 채널을 가동해 문제를 해결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한국노총 출신으로서 남다른 협상력을 갖춘 한 의장의 '내공'을 주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 의장은 즉각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튿날인 지난 1일 곧장 최대집 의협회장을 만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료 확충 등 정부여당 정책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문서로 못박을 수 있다는 방침을 전격 시사하며 논의의 물꼬를 튼 것으로 전해집니다.


'원점 재논의' 명문화를 집단휴진 중단 조건으로 제시해온 의사단체들은 완강한 정부 대신 민주당으로 소통 채널을 집중했고, 협의는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어제(3일) 저녁 의료계가 협상 단일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타전되자 한 의장은 즉각 최 회장을 상대로 담판에 나섰고, 밤샘 토론 끝에 오늘(4일) 새벽 5개 항의 합의안이 도출됐습니다.

한 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협이 주장한 '철회' 표현에는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며 "정부는 원점 재검토가 불가능하지만, 국회에서는 그런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원점 재논의 방침은 사실 이전에도 당에서 논의를 주고받았는데 의료계에서 수용하지 않았다"며 "한 의장이 공개적으로 협약안을 만들어올 것을 요청하고 과감하게 양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의장과 신뢰 관계가 두터운 김태년 원내대표가 협상 재량권을 부여한 것도 협상 타결에 이르는 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오늘(4일) 오전 협약식 장소인 여의도 민주당사에 이 대표와 한 의장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사이 최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합의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 회장은 1시간 반쯤 늦은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도착했고, 가까스로 서명식이 진행됐습니다. 전공의 단체 등의 내부 이견을 조율하면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의료계 요구를 거의 수용하며 물러섬에 따라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책 추진 동력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며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서로 양보하는 우회로를 찾아 타협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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