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번엔 뉴욕서 `복면질식사`…경찰 7명 5개월여만에 정직처분
입력 2020-09-04 11:42  | 수정 2020-09-11 12:37

지난 3월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40대 흑인 남성이 경찰이 체포과정에 씌운 복면에 질식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위대의 분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7명은 사건 발생 이후 5개월여가 지난 뒤인 3일(현지시간)에서야 정직 처분을 받았다.
숨진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의 유가족은 이날 사건 당일 촬영된 바디캠 영상을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입수받아 공개했다.
영상에는 지난 3월 23일 새벽 나체 상태로 체포된 프루드가 길거리에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순순히 수갑을 차고 있던 그가 별안간 경찰에게 "당신의 총을 달라. 그게 필요하다"며 애원하는 장면이다. AP통신은 계속 침을 뱉는 그에게 경찰들이 복면을 씌우자 "날 죽이려고 한다"며 프루드가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무릎으로 그의 등을 누르고 제압한 뒤 움직임이 없어지자 걱정하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프루드가 같은 달 30일 질식사로 결국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 판정을 내린 의료진의 소견은 '신체적 제지로 인한 질식 합병증'이었다.

프루드는 당시 로체스터에 살고있는 형 조 프루드의 집을 방문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질환 약을 복용하고 있던 동생이 한밤 중에 사라지자 형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전화를 한 것이다. AP통신은 "두 형제와 어머니를 잃은 경험이 있는 프루드가 자살충동을 느끼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며 "로체스터의 형네 집을 자주 가고 싶어했고 이번에도 그런 방문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프루드는 사건 당일 오후에도 기차 안에서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병원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프루드의 유가족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전화를 건 것이지, 동생이 린치를 당하게 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형 조는 "경찰이 내 동생을 쓰레기 다루듯 했다. 쓰레기를 어떻게 하느냐? 내다 버린다. 그들이 내 동생을 그렇게 버린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프루드의 숙모인 레토리아 무어는 조카의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서도 "밝고 사랑스러운, 가족을 사랑하는 이였다. 누구도 다치게 하거나 다치게 한 적이 없다"고 언론에 말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경찰이 프루드에게 사용한 '스핏 후드(spit hood)'는 침을 뱉지 못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복면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핏후드 사용이 체포과정에서 사망을 유도한다는 주장이 일면서 최근 미국 일부와 영국에서 비판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러블리 워런 뉴욕주 로체스터 시장은 이날 해당 사고와 관련된 경찰관 7명을 정직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지난 4월부터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고 알려진 가운데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검찰이 수사를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하길 촉구한다"는 뜻을 밝혔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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