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 CIA 작전 책임자 "나발니 독살은 러 고위층 승인 작전"
입력 2020-09-04 11:30  | 수정 2020-09-11 11:37

러시아의 반(反)푸틴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러시아 정부와 정보당국 고위층이 승인한 작전이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스티븐 홀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러시아 작전 총괄책임자는 3일(현지시각)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방식으로는 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홀은 30여 년간 CIA의 러시아 작전을 지휘하다가 지난 2015년 은퇴한 이다.
그는 "이는 러시아 정보당국이 수십 년간 해온 것"이라며 "그들이 여전히 '노비촉'을 쓰는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나발니 같은 이에 대한 암살 시도는 전혀 놀랍지 않다"며 "나발니를 상대로 행동으로 나서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고 부연했다.
홀이 언급한 '노비촉'은 냉전 시대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로, 신체에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유발한다.
최근 나발니의 신경계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노비촉은 지난 2018년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에 대한 독살 미수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영국 경찰과 시민 2명도 노비촉 중독 증세를 보였고, 그 가운데 1명은 사망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홀은 "(러시아의 암살 시도는) 기나긴 역사가 있다"며 "이는 푸틴이 일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안팎에서 모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크렘린궁이 이와 관련해 어떤 창의적인 설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며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러시아의 의례적인 대응방식은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부인한 뒤 맞받아 혐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꽤 극적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나발니는 지난 8월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 그의 차에 독극물을 넣은 것 같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현재 독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다.
한편 암살 시도의 배후로 의심을 받는 러시아 측은 나발니에게 독성 물질 검사를 한 결과 음성이 나왔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에 혐의를 두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어떤 혐의 제기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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