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수익 보장'에 수천만 원 투자했다가…'리딩 사기' 주의보
입력 2020-09-04 10:38  | 수정 2020-09-11 11:04

"지시한 대로 베팅하면 큰 돈을 번다"며 가짜 게임사이트로 유인한 뒤 돈을 가로채는 '리딩(leading) 사기'가 횡행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부천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지난달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을 통해 낯선 남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자신을 모 재테크 전문회사 컨설턴트 B 팀장이라고 소개한 뒤 "주식·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은 재테크 상품이 있다"며 특정 게임사이트 주소 링크를 건넸습니다.

이 사이트는 사다리 모양의 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교점을 만나면 꺾여 내려가면서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결과에 따라 점수를 주는 '사다리 게임'이 주된 서비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 팀장은 이 사이트 특정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게임에 참여할 수 있고 획득한 점수를 환전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자신의 지시만 따르면 게임 결과를 맞힐 수 있다며 소액 베팅 참여를 권했습니다.

호기심에 1만 원을 입금한 A씨는 B 팀장의 지시에 따라 베팅해 순식간에 4만 원가량을 벌었습니다.

A씨의 신뢰를 얻는 B 팀장은 "우리 회사는 고객들의 베팅을 '리딩'해 손실 없이 투자금의 3∼5배까지 불리는 게 목표"라며 "수수료는 순 수익금의 10%만 받겠다"며 추가 베팅을 꼬드겼습니다.


지병을 앓고 있는 부모님의 수술비가 절실했던 A씨는 B 팀장을 통해 돈을 마련하기로 결심하고 다음 날 가족들 몰래 이 사이트에 4천70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이어 B 팀장의 지시에 따라 우선 1천만 원을 베팅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이 사이트 접속이 끊기면서 게임을 끝까지 참여하지 못한 것입니다.

재접속이 됐을 때 게임은 이미 끝나 있었으며 해당 계좌는 입금 금액의 대부분인 4천600여만 원이 빠져나간 상태였습니다.

B 팀장은 "회원님(A씨)이 실수로 1천만 원에 '0'을 더 붙여 1억 원을 베팅하는 바람에 이런 손실이 났다"며 "수수료를 받을 수 없어 회사도 나도 난감하다"고 되레 A씨를 탓했습니다.

더불어 "1천만 원을 마련해오면 다시 한번 리딩을 진행하겠다"며 손실 보전을 미끼로 재차 게임 참여를 권유했습니다.

A씨는 보름 뒤 카드 대출을 받아 다시 게임에 참여했지만, 또 접속이 끊어지면서 돈을 모두 잃었습니다. 손실 금액은 7천200만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를 본 이들이 10여 명이나 있는 걸 알게 되면서 B 팀장이 사기범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해당 사이트의 서버가 해외에 있어 수사가 어려운 데다 돈을 입금한 계좌의 명의자 추적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찰을 통해 이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A씨는 오늘(4일) "B 팀장은 계좌가 묶여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되자 다른 피해자들에게 지급정지를 풀면 원금을 돌려받도록 도와주겠다고 거짓말하며 추가 범행을 시도했다"며 "B 팀장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족들 몰래 한 것인데 뭔가 홀린 듯이 사기를 당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SNS를 통해 주식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며 특정 종목에 투자를 권유한 뒤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채는 '주식 리딩방 사기'에 이어 유사 '리딩 사기'도 횡행하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신원불명의 SNS 문자에는 응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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