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도의 독한 규제…"법인거래 허가받아라"
입력 2020-09-03 17:44  | 수정 2020-09-03 20:11
경기도에서도 외국인 매입이 활발했던 수원시 아파트 전경. [매경DB]
정부와 여당이 과도한 규제로 집값을 급등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 지방정부들의 부동산 규제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명분은 투기 방지이지만 전문성 없는 정책 입안자의 규제 남발로 시장이 왜곡되면 결국 주민에게 피해를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일 경기도는 도내 주요 지역을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계획'을 발표했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법인이 경기도 토지와 주택 시장의 큰손이 돼 경기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개발 및 임대 사업 등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장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구역 내 부동산을 매매할 때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되고, 2~5년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한다.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경기도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과 법인의 영향력이 늘고 있는 것은 맞는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법인이 취득한 경기도 내 아파트는 모두 9580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36가구 대비 7544가구(370%)나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 상가, 빌라 등 건축물 거래량 역시 1월부터 7월까지 542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85가구 대비 1338가구(32%) 증가했다. 경기도는 이들 중 상당수가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는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10월 중 이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거래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법인으로 분류되는 개발 사업자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일일이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 속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한 디벨로퍼는 "정부는 개발 사업 용도의 부동산 거래는 규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허가 절차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아파트 등 주택 시장에서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 주택이나 허가 대상 면적에서 벗어난 소규모 주택 등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들의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법인과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법 적용 관련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 변호사는 "법 자체로 보면 법인과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허가구역을 적용하는 것이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형평성 측면에서 시비가 붙는다면 법리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 = 지홍구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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