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어느 영화 속 대사처럼 태국 왕실의 후궁이 국왕으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다가 내쳐진 뒤 다시 지위를 회복하며 살아났다.
조선시대 장희빈을 연상시키는 이 후궁은 왕으로부터 버림받은 뒤 11개월만에 다시 왕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3일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68)이 시니낫 웡와끼라팍(35)의 모든 왕실 및 군 지위를 회복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국왕은 왕실 명령을 통해 시니낫은 어떤 잘못된 행동으로 오점이 생기지 않았다면서, 애초부터 그 지위들은 철회되지 않은 것처럼 취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해 3월 왕비 수티다(42)와 결혼식을 올린 뒤 7월 후궁격인 시니낫을 '왕의 배우자(Chao Khun Pra)'로 임명했다.
왕실 육군간호대 출신인 시니낫은 왕실 근위대에서 근무하다 국왕의 눈에 들어 후궁 신분이 되고 군 소장(Major General)으로 진급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이어졌다. 국왕은 태국 왕실 홈페이지에도 시니낫 이력과 다양한 사진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특히 그가 어깨 부위가 노출된 탱크톱 차림으로 경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사진은 왕실 홈페이지가 마비될 만큼 접속이 폭주했다.
그러나 국왕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시니낫은 자신의 경쟁자인 수티다 왕비의 책봉식을 방해하고 수티다 왕비 대신 자신을 왕비로 책봉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국왕은 지난 10월 "자신의 사익만을 추구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시니낫의 모든 왕실과 군 지위를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완전히 내팽개쳐진 것으로 여겨졌던 시니낫이 분노한 국왕의 마음을 다시 얻어 11개월만에 다시 왕실에 진입한 것이다.
그녀의 극적인 사면복권에는 최근 태국 왕실 안팎의 다양한 상황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그녀의 권력욕을 힐난한 왕실 명령서의 엄중했던 톤을 고려할 때 지위 박탈 뒤에도 시니낫이 굴하지 않고 왕비 수티다와 권력싸움을 벌여 승기를 잡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최근 반정부 시위로 왕실 권력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함께 고조되는 상황에서 와치랄롱꼰 국왕이 왕실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릴 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아온 시니낫을 복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태국은 올해 2월 태국 헌법재판소가 야당을 강제해산시키는 결정을 내리고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시민 활동가들이 실종되면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국의 손꼽히는 부호이자 세계적인 스포츠음료 업체 '레드불(Red Bull)' 창업주 손자가 저지른 음주 뺑소니 사망 사건이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키면서 '정권 심판론'으로 확대됐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독일 휴양지인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으로 이동해 지금까지 이곳 유명 호텔에서 체류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