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경북 안동 임청각(보물 제182호)을 복원 정비하고 역사관을 건립하려던 사업에 빨간불이 커졌다.
임청각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청각은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치켜세우며 큰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문 대통령은 의원 시절이던 2016년 5월에도 임청각을 찾아 방명록에 "완전한 복원을 다짐합니다"라는 글을 남기는 등 큰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같은 관심과 애정에도 불구하고 경북도가 추진해 온 임청각 관련 사업은 내년에 국비가 전액 삭감되거나 대폭 축소되는 불운을 맞았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임청각 관련 사업은 '복원과 역사문화공유관(역사관) 건립' 사업 투 트랙으로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부터 추진 해 온 임청각 복원 사업은 내년도 국비가 대폭 삭감돼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 사업은 2025년까지 총 사업비 250억원을 투입해 임청각 원형 보수와 내부 정비 등을 통해 주변 환경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북도는 임청각 복원사업에 필요한 토지매입, 발굴조사 등을 위해 내년에 국비 35억원 반영을 요청했지만 45%인 16억원만 반영됐고 19억원은 반영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임청각 복원 사업도 당초 사업 완료 시점인 2025년보다 늦춰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임청각 복원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정치권과 협력해 삭감된 예산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청각 역사관 건립 사업은 내년도 국비가 전액 삭감됐다. 이 사업은 1220㎡ 용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총 7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내년 착공해 2023년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우선 총 사업비 가운데 내년에 집행할 실시설계비(5억원) 중 지방비(2억 5000만원)를 제외하고 국비 2억 5000만 원을 요구했지만 한 푼도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는 이 사업을 단순한 박물관 건립 등으로 판단하고 지자체 사무라며 국비 투입이 불가다하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경북도는 이 사업은 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보훈 사업 성격을 지녔다고 설득했지만 결국 국비 반영에 실패했다. 실시 설계비에 국비가 반영되지 못하면서 역사관 건립에 필요한 국비 확보에도 향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단순히 박물관 등의 성격이 아니라 역사 교육 등을 위한 보훈 사업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국비 확보에 실패했다"며 "삭감된 예산 반영을 위해 정치권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로 이 집에서는 무려 11명의 독립운동가가 배출됐다. 원래 99칸 대저택이었지만 일본이 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 1941년 강제로 집을 훼손한 뒤 집 앞에 철도를 놨다. 철로 건설로 인해 행랑채와 부속건물 등이 철거됐고 지금은 50여 칸만 남아 있다.
[안동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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