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꿰매는 건 수술이 아니다? 보험금 못준다 논란…금감원 `뒷짐`
입력 2020-09-01 15:02  | 수정 2020-09-08 15:07

최근 보험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에서 칼 등 날카로운 물건에 피부가 찢어지는 상해로 인한 창상봉합술(상처봉합수술)에 대한 수술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에 따라 수술로 인정해 보험금을 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같은 약관을 해석하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다. 금융당국 또한 명확하게 결론을 내주지 않고 있어 보험금 지급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38) 씨는 운동 중 다쳐 눈 주위를 10바늘 이상 꿰맸다. 수년전 보험사 1곳에 관련 상해에 따른 수술시 보상해 주는 상품에 가입했던 터라 A씨는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금을 못 준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단순 상처봉합은 수술로 볼 수 없어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니라는 것. A씨가 보여준 당시 상처봉합 사진을 보면 눈 주위에 피멍이 자욱하고 찢어진 상처가 깊어 보였다.
A씨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약관을 근거로 대며, 구체적으로 보험사에 따지자 해당 보험사는 결국 보험금 10만원을 지급했다. 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면서도 이번 한 번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다시는 관련 상해에 따른 수술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쓰도록 강요했다. 약관에는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명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청구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관을 쓰라고 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다. A씨 배우자가 지난 7월 길가에 드러난 철골에 다리가 걸려 상처를 꿰매는 수술을 받았는데, 보험사 2곳이 상해에 따른 수술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다.
A씨는 배우자가 가입한 보험이 본인(A씨)이 가입한 보험과 같은 약관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냐고 배우자를 대신해 해당 보험사 2곳에 따졌다. 보험금 청구 금액은 한 곳은 50만원, 다른 한 곳은 100만원이다.
이중 한 보험사는 A씨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눈 주위를 꿰맨 것에 대한 보험금이 나오면 우리도 A씨 배우자에게 보험금을 일정 부분 지급할 수 있다고 조건을 걸었다. 다만, 수술에 따른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50만원 중 30만원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A씨가 보험금을 받으면서 배우자의 보험금 지급도 일정 수준에서 매듭을 짓는듯 했으나 이마저도 해당 보험사는 약속한 것과 다르게 A씨 배우자에게 보험금도 지급하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보험사의 경우는 앞서 두 보험사와 같은 약관을 사용하고 있으나 보험금 100만원을 아예 지급하지 못한다고 해 A씨 배우자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이처럼 상해로 상처를 꿰매는 수술을 받았을 때 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사들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인데, 보험금 지급 분쟁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사 입맛대로 해석하는 셉니다.
해당 보험금 지급의 쟁점은 상처를 꿰매는 것을 수술로 인정할지 여부다. 약관에 있는 수출의 정의를 보면 "수술이라 함은 병원 또는 의원의 의사, 치과의사의 자격을 가진 자에 의하여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로써 의사의 관리 하에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기구를 사용해 생체를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고 나와 있다. 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에는 쌍꺼풀수술, 코성형수술 등은 있지만 '봉합수술'은 언급돼 있지 않다. 이는 약관에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출의 정의를 봐도 "절단, 절제 '등의' 조작"으로 봉합수술도 포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와 함께 제44조 약관을 보면 "약관의 해석에 있어 회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약관을 해석하여야 하며 계약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지 않는다. 회사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 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등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거나 부담을 주는 내용을 확대해 해석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약관 제44조의 골자는 약관을 해석하는데 명백하지 않을 경우 계약자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것인데, 보험사들은 보험사 유리하게 약관을 해석하고 있다.
해당 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민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뒷짐을 진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자살보험금이나 암보험 논란과 같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민원이 접수되면 그때그때 살펴보는 식이다. 되레 보험사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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