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면허 취소 수준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에도 조사 안 한 경찰
입력 2020-08-30 17:21  | 수정 2020-08-30 17:32
사고를 낸 쏘나타 차량 /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0대 만취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아 사망사고를 냈음에도 경찰이 초동 수사를 소홀히 해 가해 운전자의 뺑소니 시도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0일 경기 시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22일 오전 1시 45분쯤 시흥시 평택파주고속도로 동시흥 분기점 부근에서 평택 방면으로 달리던 23살 A씨의 쏘나타 승용차가 앞서가던 57살 B씨의 스파크 승용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B씨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56살 아내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B씨도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속도로 순찰대는 사건 현장에 A씨가 있었고 112신고 또한 A씨가 직접 해 뺑소니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A씨를 음주운전 혐의로만 입건했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 등에서도 이 사건은 음주운전 사고로만 언급됐습니다.

그러나 B씨 측 유가족의 이의 제기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A씨는 사고 직후 차량을 몰고 현장을 이탈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사고 장면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A씨 차량은 2차로를 달리던 B씨 차량 후미를 감속 없이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이후 브레이크등이 점등되며 속도를 줄이는 듯하더니 차량은 곧바로 다시 주행해 화면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A씨가 사고 이후 뺑소니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입니다.

그러나 이후 A씨는 1㎞ 남짓 떨어진 고속도로상에 차를 세운 뒤 걸어서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고 사실을 112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10여 분 뒤 경찰이 출동했을 때 A씨는 이미 사고 현장으로 돌아온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현장에 A씨 차량이 없는 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음주운전 혐의만 적용해 A씨를 입건했습니다.

B씨 측 유가족은 "경찰은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가해자 진술만을 갖고 단순 음주 사고로만 단정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구속영장도 검사 단계에서 기각됐다"며 "CCTV를 확인해 달라는 것도 수차례 요청 끝에 받아들여졌는데 이는 경찰이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A씨에게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를 추가 적용해 이달 21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장을 이탈했던 건 맞지만 뺑소니를 할 의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해 보니 가해 운전자가 현장에 있었고, 피해자를 구조하고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절차가 더 중하다고 생각돼 뺑소니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후 유가족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뺑소니를 시도한 사실을 확인한 뒤 관련 혐의를 추가해 송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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