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金보다 빛나는 銀…거래 급증·수익률 `훨훨`
입력 2020-08-30 17:11  | 수정 2020-08-30 20:35
안전자산 투자에서 항상 '금'에 밀렸던 '은' 상품이 최근 거래가 급증하고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등 원자재 투자의 '톱픽'(최선호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과 비교해 가격 매력도가 높은 데다 산업재 특성까지 갖추고 있어 향후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은 선물에 투자하는 KODEX 은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은 1800억원에 달한다. 한 달 전 1164억원에 불과했던 순자산이 54%나 불어나 어느새 200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은값이 한 달 새 14% 오른 데다 은 ETF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자산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은은 금과 가격이 동조화돼 움직이는 자산이며 산업재적 수요도 있다. 올 2분기 금이 고공행진할 때 은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올랐다는 이유로 은에 매수세가 몰리며 국제 은 선물 가격(28일 기준)은 최근 한 달 만에 온스당 24.85달러에서 27.6달러로 14.3% 올라 금 가격 상승세를 압도했다. 금 가격은 온스당 1950달러로 한 달간 2.15% 올랐다. 금 가격을 은 가격으로 나눈 골드/실버 비율(Gold/Silver Ratio)은 한때 80배까지 올라갔다가 최근엔 68배까지 떨어졌다.
금에 비해 은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에서는 은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은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국내 은 ETF, 은 상장지수증권(ETN), 해외 상장 은 ETF가 있는데 이 세 가지에서 은 투자가 금 투자를 훨씬 넘어섰다.
국내 유일한 은 선물 ETF인 KODEX 은 선물(H)의 한 달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168억원으로 108억원인 KODEX 골드선물을 넘어섰다. 이뿐만 아니라 원자재 ETF 중에선 항상 거래대금 선두를 차지하던 원유 선물 ETF의 거래금액보다 많았다. ETN으로 보더라도 은 레버리지 ETN의 최근 한 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133억원(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과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 합계)인데 금 레버리지 ETN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억원이었다.

최근 한 달간 해외 직구족들은 미국 시장에 상장된 아이셰어 은 ETF를 4223만달러(순매수 12위), 프로셰어울트라 은 ETF를 2560만달러(순매수 19위) 순매수했다. 그러나 금 ETF는 순매수 50위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달 해외 주식 순매수 9위는 SPDR 금 ETF로 6445만달러(약 770억원), 20위는 아이셰어 금 ETF 2802만달러(약 333억원)로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였는데 이달 11일 금이 하루 만에 4% 하락하는 변동성을 보이자 보다 상승 여력이 큰 은으로 수요가 옮아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석 달간 은 가격의 상승이 가팔랐지만 장기적으로 더 오를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안전자산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만 쓰이는 금과 달리 은은 산업재로서의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은은 태양광 발전, 의료장비 등 산업용 수요도 있어 코로나19 쇼크를 딛고 경기가 반등하기 시작하는 시기에는 인플레이션 헤지와 실수요 둘 다 잡을 수 있다.
이미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금에 비해 은 가격은 2011년 사상 최고치인 48달러의 절반 수준이라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은은 결국 금과 같은 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이는데 다소의 변동성은 있더라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해 실질 금리 약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은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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