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콕` 너무 힘들어"…슬기로운 집콕 생활 위한 소비 트렌드 변화
입력 2020-08-30 14:15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늘어난 가운데, '집콕'의 무료함을 견뎌내고 우울감을 떨쳐내려는 사람들로 인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함께 간식을 만들어 먹는 주부들과 술 한잔하며 답답함을 달래려는 혼술족들, 우울감을 이기려 달콤한 군것질 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홈메이드 믹스, 전통주, 초콜릿'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도 관련 상품들을 발 빠르게 출시하며 슬기롭고 즐거운 집콕 생활을 응원하고 나섰다.
30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홈메이드 믹스' 제품들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홈메이드 믹스 브랜드인 '백설 베이킹 믹스'의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상승했다. 백설 베이킹 믹스 가운데선 항상 핫케익용 믹스가 가장 인기지만, 올해는 유독 호떡용 믹스의 판매가 급증해 전년대비 172%의 신장률을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보통 호떡은 겨울철이 성수기이나 최근 아이들 간식으로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판매가 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큐원 홈메이드' 브랜드를 갖고 있는 삼양사도 전년 상반기 대비 홈메이드 믹스 부분 매출이 약 28% 증가했다. 매출이 많이 늘어난 제품으로는 와플믹스, 영양쿠키믹스, 우리밀팬케익믹스 등이 있다.
홈메이드 믹스의 인기가 높아진 데는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못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주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또 간식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홈메이드 믹스들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홈베이킹'을 시도하고 싶지만 본격적인 베이킹에 도전하는 것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간편한 홈메이드 믹스로 시작해보는 경우가 늘었다. 또 에어프라이어의 보급 확대로 홈메이드 쿠킹이 보다 쉬워졌다는 점도 판매 증가의 원인이다.
이에 CJ와 삼양사는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등을 타깃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한 소용량 믹스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삼양사의 초코 케이크와 고구마 케이크 믹스, 팬케익 믹스, 계란빵 믹스 등이 대표적 1인분 소용량·초간편 제품이다.
집콕의 답답함과 무료함을 달래려는 혼술족들의 온라인 주류 구매 증가로 전통주 역시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현재 주세법상 국내에서 비대면 판매가 허가된 주종은 전통주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식품명인이나 지정문화재가 만든 술, 지역 농산물로 빚은 특산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7월28일~8월27일) 판매된 전통주는 전년 동기보다 54%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복순도가를 비롯한 막걸리가 185%, 배상면주가의 보리아락과 안동소주 등 일반 증류주가 63% 늘었다. 약주는 34%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감홍로, 이강주 등으로 대표되는 약주는 증류한 소주에 특정 효능이 있는 약재를 담가 우려낸 뒤 숙성시킨 술이다.
한 달간 G마켓에서 전통주를 구입한 40~50대는 전체 연령대의 약 60%에 해당한다. 40대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대비 60%, 50대는 123%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오랜기간 지속된 장마에 태풍, 코로나19 재유행 등이 겹치면서 홈술족이 더욱 늘었다"며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막걸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전통주와 안주류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집콕'에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기분전환을 위해 달콤한 초콜릿을 사 먹는 경우 또한 늘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진 지난 4주(7월 20일~8월13일)간 초콜릿 매출은 전년 대비 43.8% 급증했다. 스낵(7.5%), 파이류(12.4%), 쿠키·비스킷(15.5%), 캔디(11.6%) 등 다른 과자류 카테고리의 수치와 비하면 초콜릿의 매출 신장률이 높았다.
비수기인 여름철에 초콜릿 판매가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정태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MD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긴 장마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해져 기분이 처지거나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초콜릿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며 "날씨에 따른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여 맞춤형 상품 및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박대의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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