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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설(SURL) "박재범과 협업 신기해…목표는 레전드 밴드"
입력 2020-08-28 17:32  | 수정 2020-08-28 17:53
밴드 설(SURL)은 박재범과 호흡을 맞춘 새 싱글 '돈트 세이 노'를 통해 인디씬을 넘어 다양한 음악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공|해피로봇레코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그룹으로 활동하는 가수 중에서도 밴드의 경우, 시쳇말로 '비즈니스 관계' 아닌 실제 친구들이 결성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1981년생 친구들이 뭉쳐 20년째 건재하게 활동 중인 밴드 넬을 비롯해, 멤버 전원 1992년생인 잔나비나 1993년생 밴드 혁오 역시 멤버들이 밴드 결성 전 이미 친구였거나 '친구의 친구' 사이로 연결돼 한 팀이 된 대표적인 팀이다.
이같은 '친구 밴드' 계보는 3년차 밴드 설(SURL)이 이어가고 있다. 설은 1998년생 동갑내기인 김도연(기타), 오명석(드럼), 설호승(기타, 보컬), 이한빈(베이스)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로 2018년 결성된 밴드로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울 3년차임에도 개성있는 음악과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으며 인디씬을 넘어 대중이 주목하는 팀으로 도약했다.
2018년' 싱글 '여기에 있자'로 데뷔한 설은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 대상, EBS 올해의 헬로루키 with KOCCA 우수상 등 각종 경연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밴드명가' 해피로봇레코드와 전속계약을 맺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이들은 최근 CJ문화재단 뮤지션 지원 사업 튠업 21기에 선정되는가 하면, 완성도 높은 싱글 '돈트 세이 노'를 내놓으며 가능성은 물론, 결과물로써 그 진가를 입증해내고 있다.
싱글을 채운 두 곡 중 타이틀곡 '돈트 세이 노'는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반면, 수록곡 '침묵'은 반대로 내가 상대방과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밴드 설의 리더 겸 보컬 설호승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시대에 영감을 얻어 '돈트 세이 노'를 썼다"고 밝혔다. 제공|해피로봇레코드
이른바 '할많하않'이 앨범의 테마인 셈. 두 곡의 가사를 쓴 설호승은 "특별히 주제를 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처음에 나왔던 가사가 '애매하게 말할 바엔 솔직하게 말해'라는 내용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사람과 사람간 대화, 그 안에 막힌 느낌을 가사로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돈트 세이 노'는 설 음악 특유의 분위기가 곡 전반을 채우고 있지만 '대세' 힙합 뮤지션 박재범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밴드씬을 넘어선 음악팬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박재범과의 작업은 설의 러브콜에 박재범이 흔쾌히 응하며 성사됐다.
"저희가 이전에 해시스완 형님과 컬래버 작업을 하는 등 래퍼와의 협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돈트 세이 노'가 완성돼가는 과정에서 곡이 트렌디하고 세련되게 나올 것 같아서 2절 부분엔 다른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번뜩 떠오른 사람이 박재범씨였어요. 박재범씨가 밴드 음악에 관심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데모를 보내드렸는데, 얼마 후 노래가 좋다며 함께 하겠다는 답이 온 거죠."(오명석)
박재범은 곡 중반 감미로운 보컬을 앞세워 설을 지원사격하지만 곡 말미에는 강렬한 래핑으로 끝까지 곡의 텐션을 유지시켜준다. 오명석은 "되게 신기하게, 랩 부분은 넣을 생각이 없었는데 '랩을 한 번 해봤는데 쓰려면 쓰세요'라며 보내주셨다. 들어보니 너무 좋아서 곡에 넣게 됐다. 생각지 못하게 랩도 탄생하고, 신기한 일이 많았다. 랩을 하셨더라. '한 번 들어보고 괜찮으면 쓰세요'라고 하셨는데, 뒤에 랩도 탄생하고 신기한 일이 많았다. 뮤직비디오 촬영도 안 될 줄 알았는데 쿨하게 오케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밴드 설의 베이시서트 이한빈은 박재범과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질문에 "역시 월드스타였다"는 소회를 전했다. 제공|해피로봇레코드
뮤직비디오에서 박재범은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합주를 하는 설과 함께 화면을 압도하는 보컬과 랩을 선사한다. 특별한 장치 없이도 등장부터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아우라를 보여준다. 박재범과의 작업 소감에 대해 설은 "완전 연예인, 월드스타더라"(오명석)는 반응부터 "미디어를 통해 보던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같았다. 평소에도 재미있는 면이 많더라"(이한빈)고 전했다.
박재범의 지원사격 덕분에 '돈트 세이 노'는 기 발표곡들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다. 특히 해외 반응에서 한층뜨거워진 분위기가 체감된다고. 이한빈은 "아무래도 박재범씨와 함께라 그런지 반응이 더 많이 온다. 우리 곡으로 외국인 친구 둘이 리액션 영상을 올린 것도 있더라"며 음악에 대한 높은 관심에 기분 좋은 감정을 드러냈다.
신곡 '돈트 세이 노'뿐 아니라 이들의 음악 중 2018년 발표한 첫 EP 타이틀곡 '눈'의 경우 방탄소년단 RM이 팬들에게 추천해 일찌감치 글로벌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사이 화제의 곡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사실 저희가 음악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다 알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건데 그 음악을 다른 분들도 좋아해주시니까 굉장히 기쁘고, 음악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설호승)
"RM씨가 우리 음악을 팬들에게 소개해준 덕분에 많은 분들이 설의 음악을 알게 된 것 같아 고마움이 커요. 개인적으로 방탄소년단 노래 중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역시 '작은 것들을 위한 시'입니다. 하하."(이한빈)
설은 아현정보산업고등학교 실용음악과 동창인 설호승과 이한빈이 의기투합, 이후 오명석과 김도연 스카우트(?)에 성공하며 현 4인조로 완성됐다. 팀 결성 당시 스무살 패기는 남달랐다.
밴드 설의 드러머 오명석은 멤버들에 대한 무한 신뢰와 더불어 "향후 설에게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는 기대를 전했다. 제공|해피로봇레코드
"(설)호승이 말이 생각나요. '2년 내로 월드컵경기장이다'라고 했던 게 생각나요. 패기가 엄청났죠."(이한빈) "사실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뭐든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지금도 늘 마음 속으로는 비행기 타고 그래미 시상식 다니고 해요(웃음) 원래부터 '잘 될 거야'라는 마인드가 강하고 '근자감'도 강한 편이었는데, 팀의 사기를 북돋으려면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아요."(설호승)
"사실 근거 없이 그랬다면 듣지도 않았을 거예요. 설을 하게 된 게 한빈, 호승이가 들려준 데모가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이 음악 하면서 이들이 재능 있는 친구들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호승이가 그런 이야기를 해도 진짜 가능할 것 같단 느낌이 들었어요."(오명석)
고교 3년을 함께 하며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았기에 지금의 설이 결성될 수 있었던 것. 기타, 베이스, 드럼 모두 내로라하는 '선수'들이었고, 팀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설호승 역시 본래 보컬 전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치열한 노력 끝에 현재 설의 아이덴티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보컬색을 갖게 됐다.
개개인의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하나의 팀으로 잘 어우러지는 문제는 별개. 설 역시 지금의 음악적 방향성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각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취향과 장기가 다 다르거든요. 그런 게 다 잘 맞아서 케미컬하게 좋은 음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다양한 시도를 거치면서 지금 우리의 색을 갖게 된 것 같아요."(이한빈)
밴드 설의 기타리스트 김도연은 "아직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음악은 나오지 않았다"며 계속된 성장에 대해 기대해줄 것을 당부했다. 제공|해피로봇레코드
"드디어 뭔가 우리가 우리만의 스타일을 조금 찾았다는 생각으로 완전히 처음으로 나온 건 '선인장'이었고, 정식 음원으로 발매된 것으로는 '여기에 있자'였어요. 음원으로 발매할 수 있는 곡이 나왔다는 게 너무 기뻤죠. 고생도 많이했는데,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었어요."(설호승)
데뷔 2년을 꼭 채운 설은 3년차인 2020년, 국내외에서 다양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적지 않은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원래 올해는 공연을 많이 하면서 규모를 키워보자는 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라는 상상치도 못한 상황이 벌어져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다운되지 말고 작업을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마음 먹었죠."(이한빈)
"공연을 하지 못하는 건 정말 정말 아쉬워요. 작년으로 치면 지금이 페스티벌 시즌이고, 해외 공연도 잡혀 있었는데 (해외에)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못 할 수도 있었던 단독공연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설호승)
실제로 코로나19 시국에 지난 4월 열릴 예정이던 설의 단독 콘서트는 취소됐지만, 이번 싱글 발매를 기념해 지난 15, 16일 노들섬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는 무사히 성료하며 모처럼 오프라인으로 팬들을 만났다. 이들은 "사실 공연 보러 오기 겁나셨을 수도 있는데 보러 와주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이 됐다"며 "기적처럼 날씨도 좋았고, 취소표 없이 많은 분들이 와주신 가운데 안전하게 마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소소한 시작에 이어 한걸음 한걸음 묵묵한 여정을 걷고 있는 설. 그 자신의 현재 행보에 대해 묻자 김도연은 "아직 개개인의 만족을 채워줄 만한 음악은 못 나온 것 같다"면서도 "더 노력할 여지가,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밴드 설이 코로나19 어려움 속 단독 콘서트를 찾아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보자"는 위로를 건넸다. 제공|해피로봇레코드
목표를 묻자 "레전드로 남고 싶다"(이한빈)고 강렬한 포부를 드러냈다. "저는 우리 음악이 나중에, 우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시대가 왔어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계속 좋다고 회자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어떤 의미에선 저도 '레전드'를 꿈꾸는 건데, 누가 들어도 좋고, 누가 들어도 감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감탄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잘 머물러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설호승)
또 오명석은 "먼 미래의 목표보다는, 왠지 느낌이 오는데, 설의 어드벤처가 머지 않아 올 것 같은 느낌"이라 말했다.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일어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고, 무엇보다 우리가 재미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설이 꿈꾸는 '설'(소문)이 있느냐 묻자 "우리가 너무 잘 되서 혹시 뒤에 배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오면 좋겠다"고 재치있게 답하기도.
어두운 시국을 보내고 있는 설의 '덕'들에게는 응원과 위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요즘 우리가 공연도 많이 못 했지만 최근 공연으로 조금은 갈증을 해소하셨을 것 같아요. 이번 싱글도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팬분들이 계셔서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 또 공연을 언제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는 날이 올테니 이 상황을 견뎌내며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면 좋겠어요. 우리도 이 기간 동안 더 갈고 닦아 좋은 음악을 만들게요. 절대 좌절하지 마시고 파이팅 하시면 좋겠습니다."(설호승)
psyon@mk.co.kr
사진|해피로봇레코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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