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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투자자 "우리도 전액 달라"…라임 100% 배상 후폭풍
입력 2020-08-28 17:31  | 수정 2020-08-28 23:18
"옵티머스 펀드도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동일한 '사기 상품'입니다. 라임처럼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리를 적용해 100% 전액 배상해야 합니다."
28일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비상대책위원회는 "NH투자증권이 내놓은 가지급금 선지원안을 수락할 수 없다"며 전액 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NH투자증권에 전달했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전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 펀드 가입자에게 투자금 대비 최저 30%에서 최고 70%에 이르는 가지급금을 선지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 비대위 위원은 "전체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는 총회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후 정산 없는 100% 선배상을 정당하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투자자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이 여러 환매 중단 펀드에 대한 배상안 선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면 '투자자 책임' 원칙이 흔들리고 원금 배상 요구가 무분별하게 늘어날 것이라던 금융투자 업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하나 등 은행과 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 등 증권사들은 지난 27일 분조위가 라임무역금융펀드에 대해 100% 보상하라고 한 결정을 전격 수용한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5000억원이 넘게 판매된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드(Credit Insured·CI) 펀드도 결국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같은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라임 CI펀드 투자자들은 "무역금융펀드와 운용사도 같고 판매 계열사도 같다"며 똑같이 배상하라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라임 CI펀드를 2713억원어치 판매했다. 판매사들은 "이 펀드가 신용보험에 가입된 무역거래 매출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설명했지만 운용사는 투자설명서 내용과 달리 투자금 일부를 다른 부실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했다. 금융당국 실사 결과 CI펀드 투자금 중 약 1200억원은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라임 무역금융펀드 등으로 흘러갔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CI펀드 투자자에게 원금 50%를 선지급하고 차후 분조위 결정 등에 따라 다시 정산하기로 의결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이 동요하면 결국 부실화된 사모펀드는 전부 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투자 손실 발생으로 금융당국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모펀드는 3조6625억원 규모다. 이 중 1조1468억원어치가 시중은행을 통해, 2조5157억원어치가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
옵티머스 펀드와 라임 CI펀드를 비롯해 젠투파트너스, 라임 국내 사모사채 펀드, 라임 국내 메자닌 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 펀드, 디스커버리 US부동산선순위 펀드 등이 분쟁조정을 기다리고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한 이후 손실을 입은 펀드 투자자들의 '100% 배상'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투자 손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운용사와 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 투자자는 모두 빠지고 판매사만 100% 배상 책임을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대형마트에서 상한 식품을 팔았으면 대형마트가 먼저 환불해준다'는 논리를 펼치며 "일단 판매사가 100% 원금을 반환하고 향후 운용사 과실 여부를 따져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불법 운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운용사는 이미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라 구상권 청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구속됐고 회사는 폐업한 상태다.
최종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 보니 판매사 간 이전투구 양상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라임뿐만 아니라 스왑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펀드 부실을 은폐하고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고 형법상 사기 혐의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구상권 및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고객 보호를 위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리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며 "이번 투자금 전액 배상 결정이 자본 시장에 미칠 부작용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100% 손실 보상 요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회사들이 상품 판매에 큰 부담을 지게 됐고 영업점에서는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팔지 말자'는 분위기가 만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 회피 분위기 속에서 실제 사모펀드 판매액은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개인 대상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9조7116억원으로 작년 12월 말 23조9219억원에 비해 17.6% 감소했다.
[김혜순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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