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에서 유튜브 보는데 원비 다 내야 하나요"…유치원비 반환 요구 등장
입력 2020-08-28 14:13  | 수정 2020-09-04 14:37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등장한 유치원 원비 감면 및 반환 요구 청원글. 청원인은 원격 수업을 진행함에도 기존 원비를 다 납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수도권 유·초·중·고교가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 가운데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학비 감면 및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원격수업 전환이 시행된 지난 26일부터 수도권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유치원 원비 꼭 다 내야 하는 걸까요", "유치원 퇴소 다들 생각해보셨느냐"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활동비와 차량비, 급간식비 등이 포함된 원비 전액을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유치원생 원격교육이 말이 됩니까"란 제목의 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원격수업은 하나 마나 한 수업"이라며 "고작 30분 남짓 수업을 듣고 유치원 원비를 그대로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립유치원은 (한 달에)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60만 원까지 내고 있다"면서 "8월도 고작 하루 이틀 보내고 전체 원비를 부담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퇴소할 경우 내년 재입학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라 선뜻 퇴소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원비를 원격수업일수만큼 일할하여 줄여주던지, 휴원 또는 긴급보육 등의 조치를 부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청원은 28일 오후 1시 기준 48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비 반환 요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기 남부 지역 맘카페에서 활동 중인 한 회원(ehdc****)은 "재택근무하면 차비도 안 들고 점심값도 안 들고 하니 월급 좀 깎자고 하면 어떠실 것 같으냐"며 "유치원 원비 감면해달라는 건 그거랑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그분들 놀면서 돈 다 받는다고 생각하신다면 재택근무하는 사람들 놀면서 월급 다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원(tlsq****) 역시 "소독이며 방역하는 비용이 더 들어갔을 거다. 거기다 원격수업이며 소독에 놀이꾸러미 포장에 평소보다 일은 더 많으실 거고요. 돌봄 아이들이 있으니 문 닫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유치원도, 선생님들도 이런 상황이 처음임을 기억하자"고 했다.
원비 반환 논란과 관련해 경기도 교육청은 원칙적으로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원격 수업 전환은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원격 수업도 정규 수업의 한 형태이며, 유치원에서도 각 가정으로 놀이꾸러미를 전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동영상을 배포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원비와 관련, 원장 단독 결정이 아니라 유치원 운영위원회 등의 자문을 거쳐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에 서울·경기·인천 소재 유·초·중·고교 및 특수학교는 지난 26일부터 전면 원격 수업에 들어갔다. 총 7826곳이 내달 11일까지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원격 수업을 시행한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위험도,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등을 고려해 전면 원격 수업 전환 조치 연장 여부를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세로 이날 정부가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다음 달 중순 이후 등교 수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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