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이스피싱 '환치기'로 밀반출
입력 2009-04-27 17:19  | 수정 2009-04-27 19:03
【 앵커멘트 】
단속이 강화되면서 보이스피싱 즉 전화사기 수법 또한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데요.
한국인 사업가를 통해 이른바 환치기 수법을 이용해 중국으로 돈을 보낸 보이스피싱 조직원 3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기종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지난 2월, 서울의 한 백화점 앞.

누군가를 기다리던 남성이 한 여성에게 다가가 들고 있던 봉투를 건넵니다.

봉투 안에는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3천5백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임 모 씨 / 피의자
- "전화가 오면 어느 편의점으로 가라 해서 거기서 인출한 다음 전화가 와서 어디서 기다리라고 하면 거기 와서 돈을 가져가는 겁니다."

돈을 찾을 때는 CCTV의 화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의점 내 현금인출기를 이용했습니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돈을 송금할 때는 외국환 거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환치기' 수법이 이용됐습니다.

부부이면서 자금 중개책인 송 모 씨와 최 모 씨는 서로 역할을 나눠, 중국에서는 한국으로 위안화를 송금할 이들에게서 위안화를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주고, 한국에서는 보이스피싱으로 챙긴 원화를, 송금받을 이들에게 넘기는 수법을 썼습니다.

결국, 원화와 위안화의 실제 송금 처리를 거치지 않고 환 거래가 이뤄진 셈입니다.

최근 두 달 동안 확인된 피해액만 5억 원, 이 가운데 2억 원은 중국 보이스 피싱 조직으로 넘겨졌습니다.

이들의 치밀한 범행으로 86살 김 모 할아버지는 10년 넘게 폐지를 모아 번 돈 1,800만 원을 하루아침에 날렸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피해자
- "나이 먹고 뭐 할 거 있어 박스 주워다 팔고, 쓰기를 어렵게 썼지…."

경찰은 보이스 피싱 국내 총책 36살 임 모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28명을 입건했습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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