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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 김유성 지명 철회가 NC의 ‘자업자득’인 이유 [MK시선]
입력 2020-08-28 05:30 
NC다이노스에 1차 지명됐다가 지명 철회된 김해고 김유성. 사진=NC다이노스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NC다이노스가 사상 초유의 신인 지명 철회를 단행했다. NC의 결단력을 높이 평가하는 시선이 있지만, NC의 아쉬운 일처리에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NC는 27일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2021년 신인 1차지명 선수인 김유성(18·김해고)의 지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NC는 해당 선수는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행사했다. 피해를 입은 학생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유성은 지난 24일 2021 KBO리그 신인 1차 지명에서 NC의 선택을 받은 뒤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폭로가 나와 야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김유성은 내동중학교 시절 야구부 후배를 상대로 폭행을 가했고 이로 인해 2017년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을 받았다. 이듬해 창원지방법원에선 김유성에게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는데 화해에 이르지 못해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함께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야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8월 11일 구단 자유게시판인 ‘다톡에도 올라온 내용이었다. 하지만 NC는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올해 황금사자기고교야구대회에서 김해고의 전국대회 첫 우승을 이끈 김유성을 지명했다. 김유성의 지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전국구 대어급 투수로 각광을 받았다. 연고지역이 부실한 NC로서는 오랜만에 대형 1차지명 선수가 나왔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동욱 NC 감독도 오랜만이 아니라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NC는 김유성의 학교폭력 전력, 그리고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유성이 피해자 측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구단도 이를 돕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27일 피해자 어머니는 다시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스카우트라는 NC 관계자가 ‘뭘 원하냐라는 질문을 했다. 저와 제 아이의 상처는 10억이든 100억 원이든 팔지 않겠다”라는 격한 글을 올렸다. NC의 2차 가해라는 여론에 불이 붙었다. 이후 NC는 곧바로 지명 철회 결정을 발표했다.
불과 3일 사이에 1차지명 선수의 지명과 철회까지 NC는 나름 빠른 결정을 내렸다. 용기 있는 결단이다. 하지만 마냥 잘했다고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애초에 학교 폭력 전력이 있는 선수를 지명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일이 시끄럽게 흘러가지도 않았을 테고, 건실하게 운동을 해온 또 다른 연고지 내 선수가 1차지명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것이다.
특히 김유성의 학교 폭력 사실을 파악하는데 허술함을 드러낸 NC다. 앞서 언급했지만, NC 연고지가 부실하다는 점은 오히려 관찰할 학교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야구부 내 사정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 폭력 같은 개인사를 파악하기엔 용이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든 김유성이 법원의 사회봉사, 심리치료 명령을 받은 시점은 김해고에 갓 입학했던 1학년 시절이다.
더욱이 피해자 측에서 구단 게시판에 십수일 전 글을 올린 것을 그냥 지나쳤다는 건 직무유기로도 볼 수 있다. 사실을 파악한 뒤에도 너무 성급하게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물었다는 건, 너무 어설픈 일처리였다.
이번 NC의 1차지명 철회로, 31일 아직 1차지명을 하지 않은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다시 1차지명을 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NC는 1차지명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야구 규약 114조에는 ‘구단이 어떤 사유로든 계약교섭권을 포기하거나 상실하여 당해 신인선수가 다시 지명절차를 거치는 경우 어느 구단도 당해 신인 선수를 1차 지명할 수 없다고 돼있다. 한화와 롯데도 김유성을 지명할 수 없다.
규약상 김유성은 9월에 열리는 2차 신인지명 대상자가 된다. 물론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김유성을 지명할 용자는 없을 것이다. NC는 1차지명권을 날리게 된 셈이다. 물론 따지고 보면 연고지역 내 전국구 실력을 갖춘 선수에 대한 실태 파악을 소홀히 한 대가다. 범위를 넓히면 과거 수차례 사건·사고를 겪고도 상황이 벌어진 뒤에야 수습하기에 급급한 행태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NC의 ‘자업자득인 이유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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