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늘부터 달린다] 달리면 행복해지나?…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달려보자
입력 2020-08-27 18:11 

달리기는 행복을 선물해준다. 행복의 종류는 상쾌함, 시원함, 성취감, 즐거움 등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달리면 '몰입(running flow)의 즐거움'으로 행복을 느낀다는 러너들이 있다. 몰입이라는 개념은 긍정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박사가 40년간 행복을 연구하며 얻어낸 결과물이다.
우리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정진할 때 다른 상념이 사라지고 시간이 멈춘 듯 무아지경을 경험한다. 이 기분은 단순한 욕망이 채워지는 만족감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감이다. 미하이 박사는 이를 몰입이라고 명하였고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달리기에서 몰입은 러너가 자신의 3시간 30분 벽을 깨기 위해 충실히 훈련하고 몸을 만들어가며 이를 통해 대회 날 아무런 상념 없이 자신의 시간당 5분 페이스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말한다.

프로 선수는 마지막 결승선 전까지 앞 선수를 제치고 들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한발 한발 따라가는 순간에 몰입을 경험한다.
'펀 런(fun run)'도 달리기가 주는 행복이다. 펀 런은 시원하고 맑은 햇살 아래 호수 주변의 꽃과 나무 사이를 달리며 주위 경치에 흠뻑 젖은 채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는 모습이다.
뛰다가 힘들면 걸어도 된다. 음악을 들으며 하루의 노곤함도 달랜다. 그렇게 옆 친구와 수다도 떨며 달리기의 즐거움을 향상시킨다.
뛰고 나면 날 기다리는 가벼운 맥주 한잔과 치킨을 생각하고, 하루의 상념과 고민을 털어버리기 위해 달린다. 달리기가 있어서 좋고, 달리기로 느끼는 즐거움에 맘껏 취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다이빙도 펀 런을 선사한다. 스쿠버 다이빙은 'look around', 프리 다이빙은 'look into'라는 표현을 쓴다.
산소통을 메고 수중 속 산호, 각종 물고기, 바다생물을 즐겁게 둘러보고 올라오는 스쿠버 다이빙, 숨을 오랫동안 참고 목표를 향해 자신과 사투를 벌이며 좀 더 깊은 수심을 향해 내려가는 것이 프리 다이빙이다.
펀 런을 추구하는 러너는 달리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외부와 교감하는 즐거움도 경험한다. 몰입의 즐거움 목표 의식이 뚜렷한 러너는 달리기와 자신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몰입으로 행복을 맛본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이야기
흔히 행복(happiness)이라고 하면 보통 평온하고 기분이 안정되고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 자극적이고 순간의 쾌락이 주는 만족감보다는 정신적이고 지속적이며 절대적 선의 경지에 가까운 상태를 행복감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의 그 어떤 것도 분명 이유와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 이후로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행복한 삶이고 행복은 최고의 선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 이후 인간의 모든 특성은 생존을 위한 최적화된 도구로 설명되기도 한다. 창의력, 행복감 등 정신적 산물조차도 몸의 번성을 위한 도구라고 설명한다.
꿀벌이 꿀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인간도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다만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이다.
행복도 이렇듯 사람마다 생각이 너무나 다양하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린 것인지 판단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달리기로 느끼는 행복감이 확실한 목표 의식에서 비롯된 몰입감에서 오든지, 달리는 자체로 즐길 수 있는 펀 런에서 오든지, 이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 성향이나 개인 취향에 따라 좋은 대로 달리면 그뿐이다. 달리기로 얻는 행복감은 우리 대뇌피질에서는 느끼는 좋은 전기적 화학적 자극이고 다분히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다.
누구는 힘들게 이를 악물고, 누구는 웃으며 가뿐하게 달린다 해도 상관없다. 모두 행복하게 달리기만 한다면 바로 그것이 정답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달려보자.
※남혁우( 정형외과전문의, 의학박사,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 남정형외과 원장)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전공의를 수료했다. 대한 스포츠의학회 분과전문의, 고려대 외래교수, 성균관의대 외래부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남정형외과 원장이다.
아이스하키, 골프 등 운동 마니아였던 그는 목 디스크를 이겨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목 디스크를 이겨냈다. 그 이후로 달리기에 빠져 지금은 철인 3종경기까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 / 정리 =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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