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매도 전산시스템·종목지정제 도입…개인투자자 피해 줄인다
입력 2020-08-27 17:47  | 수정 2020-08-28 00:31
2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5개 증권사 대표 간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은 위원장, 이현 키움증권 대표. [이승환 기자]
◆ 레이더 M ◆
금융위원회가 27일 상장주식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6개월 연장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매도는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내년 3월 15일까지 재차 금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시행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과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방안'을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우려를 감안해 연장한 것과 같은 취지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도 6개월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금지됐던 공매도는 다음달 16일 다시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금융위의 이 같은 결정으로 최근 주춤하던 증시도, 공매도 재개에 극렬히 반대해왔던 개인투자자들도 일단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코스닥 중소형주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공매도 종목 지정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형 종목만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지정하는 방식이다. 금융위가 서둘러 공매도 금지 연장 결정을 내린 데는 14일부터 일평균 세 자릿수로 늘어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숫자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또 올 들어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의 입김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주역이 개인투자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킨 후 증시가 큰 폭으로 올라갔다는 점도 한몫했다. 3월 16일 공매도가 금지된 후 8월 28일까지 코스피는 38% 넘게 상승했다. 코스닥 상승률은 65.4%에 달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3월까지 공매도 제도 손질에 나설 예정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 여당 간사)은 다음주 중 공매도 관련 제도를 손질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공매도가 재개된 후에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수기 등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주식 대차 방식을 바꾸는 내용이다. 주식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을 자동화된 시스템 내에서 처리해 기록을 명확히 남기고,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차원이다. 자동화된 시스템을 만들 경우 외국인이나 기관처럼 전문화된 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도 공매도에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다. 다만 이를 증권사별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지, 한국예탁결제원이나 코스콤 등 중간 기관을 통해 일원화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중요한 내용은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의 도입이다. 현재 한국 공매도 시스템 내에서는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이 따로 지정돼 있지 않다. 김 의원은 26일 2020 매경 자본시장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코스피200이나 코스닥50 등 거래가 활발하면서도 시가총액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온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이 발의 예정인 법안에 따르면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를 도입하되, 그 종목 선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할 예정이다. 코스피200, 코스닥50 등 종목 지정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금융위가 의견을 모아 정한 후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하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또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하는 안도 개정 발의안에 담을 예정이다. 이미 홍성국 민주당 의원이 불법 공매도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상향하고,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다음주 법안을 발의하고, 향후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 내 통과시켜 내년 3월 전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 밖에도 호가 제한 규정인 '업틱룰' 적용 예외 조항이 12개로 너무 많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거래소 업무 규정이라 법으로 처리할 내용은 아니지만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기관 간 협의를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의 과도한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추고,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지나치게 대형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가 많은 지분을 선점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도 본격화한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는 신용융자 금리 산정 합리성 제고를 위해 다음달 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업공개 과정에서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하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인혜 기자 / 우제윤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