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이노, LG화학과의 `배터리소송전`서 美ITC 이어 국내서도 패소
입력 2020-08-27 16:28  | 수정 2020-09-03 16:37

미국에서의 이차전지 특허·영업비밀 분쟁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과 미국소송의 취하를 청구하는 소송에서 패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지식재산 전담 재판부인 63-3민사부는 이번 소송과 관련한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서 SK이노베이션이 청구한 미국에서 제기한 소 취하 부분을 각하하고, 손해배상을 기각하는 판결을 28일 선고했다고 LG화학이 전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소송 취하 청구는 법리적으로 보호할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사이에 2014년 합의한 내용에 미국 특허에 대해 제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LG화학이 미국에서 제기한 미국특허 침해 소송의 대상이 된 특허 5개 중 1개가 지난 2014년에 향후 10년동안 특허 침해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특허와 같은 것인지 여부였다. SK이노베이션은 비슷한 내용의 한국 특허와 미국 특허가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LG화학은 특허제도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각국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된다며 맞섰다.

법원은 지난 2014년 이뤄진 합의의 대상 특허가 한국 특허에 한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과거 합의에 이르게 된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LG화학의 주장을 전부 인정됐고, LG화학이 제시한 증거에 의해 당시 협상과정에 관한 SK이노베이션측 주장이 허위이거나 왜곡되었다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다고 LG화학은 강조했다.
LG화학은 "법원의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제소가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닌 작년 LG화학으로부터 제소당한 미국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국면 전환을 노리고 무리하게 이뤄진 억지 주장이었음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법적 분쟁에서도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의 신뢰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판결이유를 분석해 상급심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산업 및 양사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이 작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응해 SK이노베이션도 ▲작년 6월 LG화학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및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작년 9월 LG화학·LG전자를 상대로 한 이차전지 특허침해 소송(미 ITC 및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 등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작년 9월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맞서 같은달 맞소송에 나섰고, SK이노베이션은 해당 맞소송에 과거 합의에 포함된 특허가 있다고 주장하며 특허침해 소 취하와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소송전의 도화선이 됐던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영업비밀 침해 혐의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던 미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훼손하고 재판부의 포렌식 명령을 위반하는 법정모독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를 내려달라는 LG화학 측 요청이 받아들여진 결과였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직원 70여명을 영입하면서 이차전지의 핵심 영업비밀을 빼갔다며 LG화학이 제기한 소송이었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합의금 등의 협상을 하고 있지만, 합의금 액수에서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화학은 "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20여년 이상 수십조원의 투자 끝에 이제 흑자를 내기 시작한 사업으로 영업비밀 및 특허 등 기술 가치가 곧 사업의 가치일 정도로 중요하다"며 "소송과 관련해 합의는 가능하나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LG화학은 미 ITC와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민사소송 등 배터리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를 끝까지 성실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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