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돌봄문제 직면 맞벌이 부부들 "안 잘리면 다행…재택근무는 딴세상 얘기"
입력 2020-08-27 11:10  | 수정 2020-09-03 11:36

서울 동작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 김선화 씨(가명·41)는 다음 한 주 중 며칠만이라도 무급휴가를 쓸 지 고민 중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학교가 26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등교 중단 및 원격 수업을 실시하면서 '돌봄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1학기 코로나19 사태 때 이미 긴급돌봄휴가를 비롯해 회사 연차까지 다 사용해 방법이 없다"며 "처음에는 재택근무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회사에서 '무급휴직을 우선 생각해달라'고 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언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선제적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업종과 업장 특성에 따라 재택근무 가능 여부가 갈리면서 '일자리의 양극화'가 '재택근무의 양극화'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는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특히 늘어났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맞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유·초·중·고교(고3 제외)와 특수학교에 대해 지난 26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전면 원격 수업을 시행할 것을 결정하면서 돌봄 문제가 눈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적어도 눈앞에 아이를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만큼 재택근무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 전현철 씨(가명·41)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주부터 4세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휴원하면서 재택근무를 신청했다"며 "며칠 동안은 어린이집 긴급보육으로 아이를 맡겼지만 다른 맞벌이 가정도 상황이 비슷한지 (시설에) 아이들이 많아 혹시라도 모를 감염 걱정에 직접 돌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후)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어 계속 출퇴근을 해야 하는 아내 대신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회사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를 아예 신청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일자리의 질'이 '재택근무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기도 안산의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김성진 씨(가명·43)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설비가 회사에 있어 재택근무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며 "현재 맞벌이 중인 아내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어 당장 급한 돌봄 문제는 장모님께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은 재택근무의 부작용을 말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딴 세상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부 맞벌이 가정은 재택근무는커녕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실직으로 이어질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카페와 영화관 등 중위험시설로 분류된 장소들 또한 모두 문을 닫아야하기 때문이다. 서울 사당동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김영애 씨(가명·52)는 "지난 3월 겪었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다시 한 번 반복될 걸 생각하니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 발생 시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종의 종사자가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발간한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에 따르면 "산업별·직업별 특성에 따라 코로나19에 취약한 일자리를 식별한 결과,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일자리는 전체 취업자 대비 각각 42%, 74%, 55% 수준으로 측정됐다"며 "단기적으로 실업 위험에 크게 노출되는 비필수·비재택근무 일자리 비중은 35%로 조사돼, 강력한 봉쇄조치가 시행될 경우 취업자 3명 중 1명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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