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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법사금융 대책이 최고금리 10% 제한, 오히려 서민피해 우려
입력 2020-08-27 11:07  | 수정 2020-08-27 11:08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사진 제공 = 금융소비자원]

현재 금융권 최고금리 24%를 10%로 제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와 관련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을 위한 법안이 8월 4일과 7일 2개의 법안이 발의, 제출됐다. 과연 법안대로 가능한 것인지. 시장 측면에서 이런 금리 주장의 근거는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저소득·저신용 금융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완화하고 불법사금융 등의 피해방지를 위해 24%의 최고 금리를 10%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제안 취지다.
최근 금감원의 자료에 의하면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상담이 전년 대비 약 45% 급증했다 한다. 이는 현재 경기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저금리 장기화와 2018년 2월부터 적용된 법정최고금리 인하(24%)로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제한한 영향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 받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급전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신용평가를 통해 변제능력이 부족하다 평가돼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제2금융권에 대출을 신청해서 받으면 다행이지만, 저신용자들은 여기서도 문전박대를 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저축은행도 작년 하반기부터 적용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라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 6~7등급 대출 승인율은 10% 미만이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취약계층이 급전을 마련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이런 사정이라면 신용 7~10등급에 불과한 저신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 사금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사금융의 피해자는 늘어나게 될 것이고 저신용자들의 경우 갈수록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작년 7월 불법 대출에 빠지기 쉬운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17.9%의 금리에 700만원 한도로 대출을 지원하는 대안금융상품 햇살론17을 출시했다. 정책금융상품조차도 17.9%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상황이라면 과연 최고 금리 10% 제한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저신용자들에게도 정책서민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2만2179여명)와 대부업체(570곳)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최근 3년 동안 대부업체 신청 대출이 거절됐다고 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정책서민금융을 찾는 사례가 늘었지만 정책금융상품이 있음에도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 대부업을 찾는 것은 정책금융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금융에서 도움 받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업에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대부업계도 저신용자들에 대해서는 높아지는 부실 우려로 더욱 강화된 대출심사 규정을 적용하고 결과적으로 거절율이 높아지고 있다. 저신용자들은 불가피하게 불법 사금융에 빠져 좌절하게 되고 대규모 신용붕괴로 이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시장상황이나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서민들의 금융자금 융통통로의 어려운 상황을 최고금리를 낮춰야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은 시장과 경제, 현실을 정확히 인식, 판단하지 못한 이해라고 본다. 그러니까 법정이율만 낮춘다면 서민들의 자금조달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지금의 금리 상황에도 서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최고금리를 얼마라도 낮추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장금리라는 것은 인위적 금리개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국회가 법으로 금융시장의 금리를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올바른 방식으로 볼 수 없다.
현재 저신용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은 시급하고 절실한 시점이다. 돈 없는 서민이 최고금리 24% 금리 제한에도 불법 사금융으로 내 몰리는 이유는 제도권 금융사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권 금융사인 대부업체도 부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빌려주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이유는 신용이 낮거나 불량이고 담보가 없어 상환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서민들에게는 필요한 금액을 필요한 때 지원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불법 사금융에 대한 서민들의 피해방지를 위한 대책을 크게 강화하는 것은 오늘이라도 당장 시행돼야 할 정책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차원에서는 한정적인 재원으로 분배방법과 비율만 바꿀 것이 아니라 예산을 확대해 서민금융지원 대출 및 보증 재원을 늘려야 한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현 시장에서 보다 대출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방향의 대책 제시가 필요하다. 저신용 서민들은 생존이 달린 문제이므로 필요한 추가적인 재원과 제도권 금융권에서 제대로 자금 공급률을 높여줘야 한다. 이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 대책이다. 최고이율을 낮추는 접근은 결코 올바른 방안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금융시장 원칙에도 결코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볼 수 없다.
아무쪼록 국회는 최고이율을 10%로 낮추는 비현실적 법안을 논의하기보다 저신용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과 법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질적 대책이 되는 법안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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