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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후쿠오카` 권해효 “30년 베테랑? 이것 밖에 못하나…어려워”
입력 2020-08-27 07:00 
연기인생 30주년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권해효. 제공| (주)인디스토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배우마다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양한데 제 경우는 굉장히 본능적이지만 시나리오 안에서 치열하려고 해요. 30년이요? 그런데도 이 정도 밖에 못해요. (연기란) 너무 어렵죠.”
영화 ‘반도의 흥행을 시작으로 ‘후쿠오카와 ‘도망친 여자까지 2020년 하반기 필람작(필수 관람 작품)의 숨은 주역.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니 더 반짝이는 배우, 바로 베테랑 권해효(54)다.
새 영화 ‘후쿠오카(감독 장률, 제작 률필름)가 27일 개봉하는 가운데, ‘반도(감독 연상호)와 ‘도망친 여자(감독 홍상수)까지 올 하반기 출연작이 줄줄이 공개되는 권해효의 활약이 눈부시다.
권해효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작품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지만 속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또 영화계가 워낙 힘든 상황이다 보니 마음이 울적하기도 하고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게 되긴 했지만 ‘후쿠오카도 우여곡절 끝에 계속 밀린 거고, ‘도망친 여자 또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몰라 가볍지만은 않다. 애틋한 만큼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3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쇼크 상태에 빠진 극장가에 흥행 신호탄을 쏜 ‘반도에서 권해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김노인으로 분해 이견 없는 연기파 배우로서 저력을 뽐냈다. 연상호 감독은 그를 두고 의심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아역 배우들을 리드해주면서 선배로서, 연기자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저도 의지하면서 함께 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후쿠오카에서는 첫사랑 때문에 후배 제문(윤제문 분)과 28년째 앙금을 쌓고 사는 주인공 해효로 분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회 격변, 혁명, 사랑이 치열하게 뒤섞였던 80년대의 기억에 머물러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효를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이입하게 만드는 것은 오롯이 권해효의 연기가 가진 힘. 서로 상처 받기도 하고 상처 주는, 인연 속에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불협화음 만담 케미스트리는 물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소담(박소담 분)까지 가세해 낯설고도 익숙한 도시 후쿠오카에서 ‘트립풀X트리플X트러블 앙상블을 선보인다.
권해효는 어떤 작품을 하든 시나리오에 충실한 편이다. 감독님들의 성향은 분명히 다르지만 그것에 집중하기 보단 극 중 주어진 상황에 몰입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쿠오카는 아주 오래전 대학 시절 친했던 동료와 앙금을 풀지 않을 채 오랜만에 후쿠오카에서 만나는 이야기 정도로 알고 뛰어들었다.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엄청난 이야기더라. 일상적이지만은 않은 감독님의 색깔이 짙게 묻어있다”고 소개했다.
나이 든 남성과 젊은 여성 간 모습에 대한 다소 불편한 시각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유독 그런 시선이 있더라. 아무래도 문화적인 성향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모든 다양한 반응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했다.
영화 '후쿠오카' 스틸컷
평소 술을 좋아하고 유쾌하고 수다도 즐기는 감독님이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내내 작품에만 집중하는, 무서운 집념이 있는 분이었어요. 그 분의 세계는 어떤 낯선 여행? 새로운 경험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작품 안에 즉흥적으로 녹이면서 새로운 놀이를 계속 찾고 즐기는 개구쟁이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확고한 그림이 물론 있지만 그 안에는 무수한 모험이 녹아 있는 그런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그는 또 윤제문 배우를 언급하며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친구다. 오랜만에 함께 호흡을 맞춰 반갑고 즐거웠다. 개인적인 팬이기도 하다. 그의 연기를 사랑한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분량을 떠나 등장만으로도 작품의 분위기를 현장의 공기를 바꾸는 엄청난 힘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해요. 악한 느낌과 귀여운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가지고 놀죠. 그런 능력을 지닌 배우는 정말 드물죠.”
영화 `후쿠오카`의 권해효는 장률 감독, 배우 윤제문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 (주)인디스토리
9월 17일 개봉을 앞둔 ‘도망친 여자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는 권해효는 ‘다른 나라에서(2011),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 ‘그 후(2017)에 이어 도망친 여자까지 홍상수 감독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추며 특유의 개성과 안정된 연기로 관객들에게 신뢰를 더한다.
그는 항상 아무것도 모른 채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촬영장에 가는데 그 호흡이 너무 좋다”면서 예상치 못한 큰 상을 (홍상수 감독님이) 받으셔서 좋다. 국내 관객들은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했다.
홍 감독님의 작품 세계는 어떤 대단한 사건은 없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무심결이지만 깊이 귀 기울여 듣는 느낌이에요. 소통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가득하죠. 그래서 대본 없이도 있는 그대로 그 상황에 빠져들어 즐겁게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권해효. 연극 무대부터 안방극장, 스크린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100여 편 이상의 필모그래피 속 다져진 관록의 연기로 극장가 숨은 주역을 넘어 새로운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연기란 게 정말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정도 하면 조금은 편해질 줄 알았고, 잘할 줄 알았는데…아직도 이 만큼 밖에 안 되니까. 그러니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 계속 도전해야 할 것 같아요. 부족한 나임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경쟁하지 하지 않고 나 자신을 온 몸으로 바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껴요. 행운이죠.”
27일 개봉하는 ‘후쿠오카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는다. ‘망종(2005), ‘두만강(2009), ‘경주(2014),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 등 독보적인 시선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장률 감독의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열두 번째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 명품 트리플 주연의 연기 앙상블과 일본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트립풀한 100% 로케이션을 자랑한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사는 문제적 캐릭터들의 트러블 가득한 스토리 속 한중일 3국 관계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낸다.(인터뷰②에 계속)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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